▲ 이동식 경량 경사로를 제작한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MLP 창업동아리. 왼쪽부터 권민현·정상훈(1학년), 지선비·신윤찬·양다윤(3학년) 학생.

대학생들이 휠체어 및 유모차 이용자를 위한 이동식 경량 경사로를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학생들은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이동식 경사로를 무료 보급할 계획이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보건과학대학 작업치료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MLP(Make Level Paths)' 창업동아리와 김종배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휴대와 설치가 편리한 이동식 경량 경사로를 제작했다. 휠체어와 유모차의 이동을 위해서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이동식 경사로가 있으면 공사 없이도 경사로를 만들 수 있다. 필요할 때 꺼내서 설치하고, 사용 후 다시 옮겨 보관하면 되는 편리한 방식이다.

또한 이들이 제작한 이동식 경량 경사로의 경우 기존에 나와 있던 제품과 비교해 무게가 가볍고, 부피도 작은데다 제작비용도 한 세트에 약 5만원으로 저렴하다. 시제품의 경우 무게가 무거워 이동이 어렵고, 비용이 수 십 만원에 달해 보편화 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 김종배 교수가 이번 이동식 경량 경사로와 같은 소재이면서 평소 연구·제작해 직접 사용하고 있는 자신의 휴대용 경사로를 소개하고 있다.

창업동아리 MLP 학생들은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품 개발을 고민하던 중 장애인으로서 이동식 경사로 제작을 연구해 온 김 교수와 뜻을 모았다. 이들은 방학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동식 경사로 제작활동에 참여한 끝에 보급이 가능한 수준까지 완성했다.

이번 경사로 제작에 사용된 'EVA' 소재는 고무의 성질을 가진 스펀지와 유사한 합성소재로 무게가 가볍고, 충격에 유연하다. 어린아이도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운데다 계단식 경사로 두 개를 포개면 부피가 줄어 보관이 간편하다. 

김 교수는 평소 음식점, 카페 등 1층에 위치해 있더라도 턱이 있어 출입하지 못하는 장소를 수없이 발견하며 이동식 경사로를 연구제작, 테스트 해왔다.

김 교수는 "수동 휠체어는 비교적 가벼워 주변 사람들이 들어 올릴 수 있지만 전동휠체어는 무게가 무거워 경사로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며 "5㎝ 정도의 턱도 올라갈 수 없고, 이러한 불편은 장애인 뿐 아니라 유모차 사용자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학생들은 '1층이라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게 하자'라는 뜻에서 'first floor fre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캠페인을 전개하며 학교를 시작으로 원주지역에 경사로를 무료 보급할 예정이다.

현재 원주시내 두 곳 음식점에 시범 설치해본 결과 사용이 간편하고,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경사로 공사 없이 고객편의를 더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1개 또는 2개의 턱까지 설치 가능하며, 설치할 경우 이동식 경사로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는 약속의 의미로 사업주가 직접 입구에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한편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와 연계해 산하 시설인 천사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로 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장애인이 장애인 이동편의를 위한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얻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시설 두울천사들의집은 캠페인과 보급 사업을 돕기로 했다. 

지선비 MLP 회장은 "캠페인을 통해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이 잘 추진돼서 휠체어 장애인과 유모차 이용자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MLP 동아리는 제작비 마련을 위해 '같이가치 with kakao' 홈페이지를 통해 클라우드펀딩을 시작한다. 오는 6일부터 홈페이지 '같이기부'란에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라는 제목의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