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원창묵 시장과 원주시농업단체장 간 간담회가 열렸다.

원주농업이 3대 현안문제로 시끄럽다. ▷호저농산 폐업 여부 ▷농업예산 10% 확보 ▷농업직종 공무원 확충 등 3대 현안에 대해 농업인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 지난달 26일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원창묵 시장과 원주시 농업단체장 간 간담회에서는 원 시장과 농민단체간 웃지못하는 분위기가 회의 내내 지속됐다. 이번 간담회에서 중점 제기된 3대 현안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현안1: 호저농산 미곡처리장 폐업여부 

원주에는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미곡처리장(RPC)이 2곳 있다. 문막농협 미곡처리장과 호저농산이다. 호저농산은 2001년부터 미곡처리장을 운영했다.

도정시설과 건조시설, 저장시설을 갖췄으며, 저장물량은 5천200여톤에 달한다. 남원주, 판부, 신림, 소초농협 조합원들이 벼를 수확하면 호저농산에서 수매해 판매한다.  그런데 2014년부터 전국 쌀 생산량이 증대되면서 민간RPC 기업인 호저농산은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해 농업인들로부터 산물벼 40㎏ 한 포대당 5만원에 수매했지만 쌀값 하락으로 올해 3만원에서 3만5천원 대에 벼를 팔았기 때문이다. 최대 2만원 가량 손해보고 판매해 3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달 26일 호저농산은 원주 산물벼를 받지 못하겠다며 '수매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해 4개 지역농협으로부터 2천800여톤의 벼를 수매한 호저농산이 수매 포기를 선언하자 농민들 사이에선 당혹감과 분노의 표정들이 역력했고,  급기야 원주시에 대책을 묻는 질의가 끊이지 않았다.

우재록 원주시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농민들이 원주시에 대한 항의집회까지 계획했는데 간신히 막았다"며 "원주시가 농민 입장을 헤아려 벼 수매지원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강일수 농촌지도자원주시연합회장도 "호저농산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벼 건조비용만이라도 원주시가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농업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달라"고 토로했다. 

농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호저농산은 수매포기 하루만에 결정을 철회했다. 지역농협들이 작년 수매가보다 1만5천원 하락한 3만5천원에 벼를 수매하기로 해 호저농산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격으로는 농가들의 영농생산비조차 보전할 수 없어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을 기세다. 

호저농산 문제 해마다 반복…유일한 해결책은 RPC 통합 

호저농산은 지난해에도 원주 산물벼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간RPC가 적자를 감당하면서 수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주시를 비롯해 농민단체들의 회유로 올해까지는 벼를 받기로 했지만 막상 수매시점이 되자 경영 부담이 상당해 수매 포기 발언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농업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RPC 통합을 거론하고 있다. RPC를 통합하면 중앙정부나 농협중앙회로부터 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벼 수매가 하락에도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농협들이 별도 법인을 세워 통합 RPC를 운영하면 수매가 하락으로 인한 적자 폭이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라며 "통합 후 적자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주시에서 인센티브 지원이 가능해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RPC 통합 문제는 문막농협의 반대로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문막농협은 통합법인을 운영할 경우 쌀 판매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대의원과 이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문막농협 한 조합원은 "통합 RPC를 운영하면 각 지역농협에서 재고쌀을 공동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벼 수매량이 가장 많은 문막농협이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은 뻔하다"고 우려했다. 다른 조합원도 "문막농협 토토미 미질이 가장 좋다고 소문이 났는데 통합 RPC를 운영하면 문막농협의 브랜드 가치는 사라질 것"이라며 "여러모로 득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안2: 농업예산 10% 확보

농업예산 10% 확보도 농민들이 원 시장을 만나면 줄기차게 나오는 건의사항이다. 원 시장은 민선5기 시장 선거공약으로 농업인 예산을 전체 예산의 10%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FTA 등으로 국외 농산물 수입이 확대되고 영농생산비 가중 등으로 인한 농가 경영난이 심화되자 적극적인 농업인 지원을 약속한 것이었다.

하지만 공약과는 달리 최근 5년동안 농업인 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 비율만큼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시 농업·농촌 예산은 2012년 492억원, 2014년 540억원, 2016년 52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5%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반해 원주시 전체예산은 2012년 8천626억원에서 2016년 1조998억원으로 약 25% 상승했다. 우재록 회장은 "원주시 농업인이 4만명이라 전체 인구의 10%를 넘는데 예산 비중은 5%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원주시 전체 예산은 증가했지만 사회복지예산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국·도비 매칭사업도 많아 실제 가용예산은 나아진 게 없다는 게 원주시의 설명이다. 원 시장은 "제가 시의원 할 때 원주시 재정자립도가 40%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20%에 머물고 있다"며 "원주시가 1조 예산 시대를 맞았지만 정작 가용 예산은 더 줄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농업면적이 감소하고 농업인구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업예산 10% 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원주시화훼특화관광단지 개발사업과 부론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과 신도시 개발로 농지면적이 축소되고, 농업인구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안3: 농업직 공무원 확충 

원주시가 올해 초 폐쇄한 농업인 상담소를 재운영하기로 한 것은 농업인들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

상담소 공무원이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전문 컨설팅을 제공했는데 상담소 폐지로 이 같은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 농업인들은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전문성을 갖춘 농업관련 공무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원주시축산경영인연합회장과 우재록 원주시농업인단체장협의회장은 "농민들이 면사무소 산업계 공무원과 면담을 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농업직 공무원이 답변할 사항을 행정직이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5개 읍·면·동 중 9개 지역이 농촌이고, 농업 민원은 읍·면사무소 산업계 직원들이 주로 대응한다. 산업계는 보통 6급 담당을 비롯한 3명의 농업직 공무원으로 구성돼 총 27명의 농업직 공무원이 읍·면사무소에 배치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인원이 부족해 9명의 행정직이 산업계에서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축산직 공무원이 없는 곳도 많아 민원처리에 불만을 갖는 농업인이 많다.

하지만 농업직종 공무원 확충은 농업예산 확충 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이다. 농업직 공무원을 증원하려면 다른 직렬의 공무원을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

원 시장은 "원주 건축허가 건수는 춘천의 3배가 넘는데 건축직 공무원은 춘천보다 1명 많은 게 현실"이라며 "다른 직렬의 공무원도 정원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특정 직렬을 감원시키기가 쉽지 않고 특정 직렬을 줄일 경우 직원 사기가 저하돼 쉽지 않은 문제"라고 토로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