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교육당국의 미숙한 초기대응으로 학교에서 동급생 간 칼부림이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학교폭력에 대해 숨기고 가볍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달 26일 오전10시50분쯤 원주 모 중학교에서 평소 동급생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던 A 군이 가해 학생인 B 군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두 학생의 관계가 멀어지게 된 건 지난 7월 A 군이 SNS에 B 군의 전 여자친구를 험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B 군은 이 일을 빌미로 공원이나 화장실 등에서 4차례에 걸쳐 A 군의 뺨이나 배, 다리 등을 걷어차며 폭력을 가했다. A 군은 사건 당일인 26일 1교시 때 상담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담임교사는 B 군을 학교폭력 자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교실로 돌아온 A 군은 1교시가 끝나자마자 B 군으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2교시 후에도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하자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B 군을 찌른 것으로 밝혀졌다. 복부와 다리 등에 상해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B 군은 한때 중태였으나 수술 후 회복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직후 A 군을 살인미수 협의로 긴급 체포했으며, 지난 달 28일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칼부림이라는 참극이 발생하기 전에 학부모와 담임교사가 폭력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중순 A 군의 학부모는 담임교사에게 전화로 학교폭력 사실을 알리면서 아이들이 다시 잘 지내길 바란다며 사건이 조용히 넘어가도록 요청했다. 담임교사도 가볍게 여겨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담임교사가 교직 2년차인 저경력 교사로 학교폭력 대처에 미숙한 점도 드러났다. 담임교사는 이 사건에 대해 동료 교사와 상담 없이 혼자 고민해오면서 제때 대처하지 못했으며 특히, 26일 상담을 통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A 군을 B 군으로부터 격리조치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교폭력에 대해 덮으려고만 하는 사회 분위기가 동급생 간 칼부림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학교폭력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효율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원주교육지원청은 이번 사건 직후 교육장을 단장으로 긴급대책단을 꾸려 사태 수습에 나섰으며 해당 학교의 수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당시 사건현장을 목격한 4명의 학생들은 wee센터에서 상담치료를 받도록 했다.

또한 이번 사건 관련 학생들은 물론,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담임교사와 학부모도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