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문화소비현상은 크게 두 흐름으로 양분되어 공존한다. 

첫째는 '문화의 권력화 현상'이다. 문화소비의 흐름이 변화하는 것에 대하여 논할 때에, 어느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변화되었다고 단언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20세기를 기점으로 급변하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전 시대에는 문화 소비가 특정한 계층에만 한정되었다면, 20세기 이후의 시대는 대중에 의한 '대량소비문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량소비문화는 결과적으로 일부 문화생산자 또는 일부 문화콘텐츠에 권력이 집중되는 '문화 권력화 현상'을 초래하였다. 권력화 된 특정 문화생산자나 문화콘텐츠가 수요층을 독점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문화예술이 21세기의 중요한 고부가 가치 자원이 될 수 있게 한 측면이 있다. 

둘째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시대적 문화소비 현상'이다. 이것은 '문화의 권력화 현상'과 상반되는 현상이다. 미래학자 로프 옌센(Rolf Yestern)은 "미래에는 소비자들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해주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시대가 온다" 고 강조했는데, 이는 21세기가 산업·정보시대의 물질적 테크놀로지의 시대를 넘어서 창의성과 감성적 공감이 요구되는 문화소비의 시대로 바뀔 것임을 예견한 말이다.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는 기업, 지역사회, 개인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이야기' 'Fun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story telling)를 전개해나가는 소프트한 문화소비현상이다.

이러한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는 '문화의 권력화 현상'의 결과인 대량소비문화와는 결이 전혀 다른 '소수의 감성적 연대와 친밀감'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감성적 공감 능력'이 새로운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21세기는 이러한 두 가지 문화소비현상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의 문화생산과 소비(향유)의 실제는 어떠한가? 지난 9월 3일 원주예총 주최로 "지역문화 트렌드 변화와 원주예총의 진로 모색"이라는 주제의 문화예술정책 포럼이 박경리토지문화관에서 열렸다. 대규모의 정책 포럼은 아니었지만, 21세기 문화소비현상에 대한 원주예술계의 대응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포럼이었다고 생각한다. 

제1발제를 맡았던 권순석 대표(문화컨설팅바라 대표)는 '생활문화시대, 지역문화정책 변화와 원주예총의 진로'라는 주제발표에서 생활문화의 개념을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유·무형의 문화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발제자는 다양한 생활문화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문화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지역예술계의 실효적 대응을 주문했다.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생활문화운동은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시대 문화소비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2발제를 맡았던 강승진 실장(원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은 '예술인 지원정책과 우리의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전문예술인들의 열악한 창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예술인창작 지원, 예술인복지 지원'의 현 실태를 소개하였다. 예술인들의 생존(?)전략에 대한 의미있는 대안들도 제시되었다.

'문화의 권력화 현상'은 필연적으로 문화소비의 독과점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 문화생태계의 저변을 위협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이러한 문화생태계 저변의 위기는 결국 '예술인창작 지원'과 예술인복지를 지원하는 일명 '최고은 법'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이번 포럼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21세기 문화소비현상의 핵심적인 요소들이 다루어졌다. 시의적절한 포럼이었다. 그러나 포럼의 발제와 토론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적인 문제는 지역 예술계의 의식이 변화된 21세기 문화소비현상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효적인 개선 방안이 요구된다. 

필자는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개선방안을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그것은 원주문화재단에서 '문화컨설팅 기구'를 설립, 운영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와 문화재단은 공생적 관계이다.

문화예술계는 문화콘텐츠개발의 핵심동력 일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성장은 결국 시민들의 문화향유의 질을 높이는 것이 된다. 따라서 원주문화재단에서는 지역 학계는 물론이고, 국내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컨설팅 기구'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지역문화예술 활동을 컨설팅 하여, 발전을 견인해주기 바란다.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은 우리 모두를 위한,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김병호 조형예술학 박사 원주미협 자문위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