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집 없이 살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은 집을 짓는데 있어서 건축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리가 아파트에 살지 않는 이상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바로 건축사다.

이번에 시민기자가 만난 사람은 15년째 원주에서 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이서건축'의 대표 서교하(53) 건축사다. '건축은 인문학'이라는 철학을 담아 건축설계를 하고 있는 그의 첫 말이 기자로서는 의외였지만 얘기를 나눌수록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우리는 삶 곳곳에서 건축을 만난다. 휴식처이자 놀이터인 집,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교회, 성당, 학교 등 우리의 주된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들이자 삶의 공간이 건축이기 때문 아닐까? 그는 어릴 적 수필가인 아버지를 둔 까닭에 일찍이 인문학적 소양을 남다르게 지닐 수 있었다고 한다. 공대를 진학하면서 그 영향으로 건축학과를 선택하게 된 것도 건축이 사람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건축이 인문학이라는 평소의 소신을 굳게 다지게 한 게 또 있다고 한다. "한국 건축사에서 우리 건축인들의 현실 참여와 인식이 부족했다"면서 "건축이 가지는 매력은 기술·공학적이면서 문화·예술적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건축은 경제적 논리 속에 기능과 구조가 더 강조되어 온 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인들의 역할이 일반인들의 건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도록 돕는 데 있고,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실천적 움직임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서 건축사는 올해 들어 사무실 내 '원주근대도시건축사연구소'를 설립하고 원주지역의 근대건축물 발굴과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인문학적 자료들을 연구하며 자료축적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선친 중 강원도 관찰사를 역임한 분이 계셔 남달리 강원감영에 애착이 간다는 서 건축사에게서 우리 지역 고건축 및 근대건축 분야에서의 인문학적 사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 건축사에게 물었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그는 "좋은 건축물은 훌륭한 건축주를 만나면서 완성된다"고 말한다. 여기에 훌륭한 설계자와 시공자가 어우러져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단다. 15년 동안 그런 경험으로 일한 적이 많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배론 성지의 '순례자들의 집'과 '서원주신협 빌딩', '작은예수공동체 그룹홈' 등이 삼박자를 맞춘 자신의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요즘 들어 일부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집에 대한 관심이 재산증식의 논리에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기면서 집에 자신의 삶을 담아내려는 시도들이 늘면서 스스로 집을 짓기도 한다. 좋은 건축물을 지으려면 건축사와 어떻게 만나야할까 물었다. "건축사는 법규정안에 어떤 것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등을 가지고 상담하는 '건축변호사' 같은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건축사에게 모든 것을 맡겨 설계되고 그것이 완성되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건축사로서 안타깝다. 그래도 최소한 건물의 기능적인 면에서는 건축주 의도를 담고 건축물의 형태와 마감재료 등은 건축사에게 맡겨 끊임없이 건축사와 대화해 나가는 것만이 좋은 집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안내한다. 

건축은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다. 일제강점기와 6·25, 그리고 급속한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건축의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인문학적 자료들이 적어도 우리 원주지역에서만이라도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훌륭한 건물을 짓고 싶은 건축사들의 소망에 미래의 건축주들의 꿈이 함께 어우러져 원주의 건축문화가 재창조 되어 나갈 것 같은 희망과 열정이 서 건축사에게서 흠씬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