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식재산센터는 지난달 말 청년창업자 육성사업 선정대상자를 발표했다.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청년창업 대상자를 발굴·육성해 창업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 제조업 분야 4천만원, 지식서비스분야 2천500만원의 창업자금이 지원된다.

지식재산센터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도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자금과 전문지식, 기술보증기금 사업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소자본으로 어떻게 창업의 꿈을 이뤄가는지 취재했다. 

심스팩토리 심기용(31) 대표

심스팩토리 심기용(31) 대표는 직장생활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한라대에서 메카트로닉스 공학을 전공한 그는 전공을 살려 기계설비와 관련된 회사에 취업했다. 임플란트와 영상진단장비 제조업체 등에서 제품 설계와 디자인 일을 했고,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완성하는 일도 그의 업무였다.

그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보다 내가 회사를 차려서 돈을 버는게 낫겠다 싶어 창업에 도전했다"며 "마지막 직장에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구현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개발하는 제품은 '탐색 및 인명구조용 음성, 영상, 유선 송수신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자연재해나 산업재해로 매몰자가 발생했을 때 쉽게 확인하고 구조할 수 있는 장비이다.  

전 직장에서 산업용·의료용 영상장비 제작을 했는데 이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국내에도 비슷한 장비가 있지만 외국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수준이고, 현장 상황에 잘 맞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수요자의 니즈(needs)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 대표는 "산업용 발전 터빈 상태를 확인하려면 지금도 기존 제품에 막대기를 달고 팔을 길게 뻗어 확인한다"며 "영상장비 공급 딜러들은 현장에 맞는 제품에 목말라한다"고 말았다.

그가 만드는 제품이 시장전망이 밝은 것도 창업을 선택한 이유이다. 전남소방본부는 올해 영상장비를 대대적으로 교체했고, 군이나 경찰 등도 대테러 진압용 영상장비 사용이 늘어 정부나 공공기관 수요가 많기 때문. 

강원지식재산센터 창업자금을 받으면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전 직장에서 거래했던 딜러들에게 제품을 홍보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일상생활이나 작업장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사업아이템"이라며 "그것을 상품화시켜 소비자들이 공감하면 물건도 잘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창업자 배새하나(35) 씨

배새하나(35) 씨는 전류측정기술과 자기커넥터 기술을 접목한 스마일 멀티탭을 창업아이템으로 정했다. 멀티탭에 전기플러그를 끼우는 것은 쉽지만 빼기는 힘든 단점을 해결할 상품을 개발 중이다.

또한 전류측정기를 장착해 사용자가 전기를 얼마나 썼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배 씨는 "애플 맥북처럼 자석을 이용하면 플러그를 쉽게 뺐다 끼울 수 있을 것"이라며 "동료 창업자들에게 자문을 받아보니 제품 제작이 가능해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창업을 선택하게 된 점이 특이하다. 남편이 한라대에서 창업을 준비해 일을 돕다가 자신도 창업의 길을 들어서게 된 것. 배 씨는 "지금도 남편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며 "예비창업자들의 아이템을 디자인 해주면서 나만의 아이템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라대 창업보육센터에는 그녀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나래메이커스라는 협회를 설립 중이다. 자신들이 경험했던 것처럼 창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거나 자금이 부족한 예비창업자에게 협회가 나서 도움을 줄 계획이다. 그녀도 나래메이커스 창립을 도우면서 전문지식을 협회로부터 제공 받기로 했다.

교육도 꾸준히 받았다. 수년간 한라대 스마트창작터와 창업보육센터, 강원지식재산센터 IP창조Zone 교육 등을 이수하며 전문지식을 습득했다. 배 씨는 "동료들이 제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저 스스로도 전문가가 되어 제품을 마스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제품이 개발되면 인터넷을 통해 소규모로 판매하고 시장 반응이 좋으면 오픈마켓에 진출할 계획이다. 

타임 이윤천(34) 대표

타임 이윤천(34) 대표는 '실버세대를 위한 저전력 무선방식 위치측정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노인들이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찾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생활편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실버파인더(silver finder)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액세서리 형태로 휴대가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리모컨을 누르면 잃어버린 물건에서 소리가 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분실한 지갑이나 스마트폰의 위치를 알려주고, 손자·손녀를 태운 유모차가 10미터 이상 멀어져도 사용자에게 이를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경쟁제품은 스마트폰과 연동돼 작동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어르신들은 스마트폰도 자주 잃어버려 목에 걸거나 손목에 차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창업의 꿈을 갖게 된 것은 20대 초반부터다. 고등학교 검정고시 졸업을 마치고 원주 의료기기 업체에서 일하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업 노하우를 배웠고 몇 년 전에는 작은 의료기기 유통회사를 차렸다.

온열기, 저주파치료기 등 생활의료기기를 판매했는데 소비자들의 관심이 적어 첫 번째 사업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신만의 사업 아이템과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노인들이 물건을 매장에 놓고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도 값진 수확이었다. 노인들이 생활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사업아이템으로 삼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지인의 이야기도 듣고 창업선배의 조언도 받았다. 사무실을 겸해 쓰고 있는 한라대 창업보육실도 그렇게 마련했다. 무료로 창업보육실에 입주하게 되면서 자신과 같은 예비창업자들과 어울리게 됐고, 창업보육센터에서 전문컨설팅을 제공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저를 비롯한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자금 문제"라며 "창업보육실에 있으면서 강원지식재산센터 창업지원 사업을 알게 돼 자금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지식재산센터 청년창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4천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이 자금으로 실버파인더 제품의 시제품을 만들고 영업도 할 생각이다. 의료기기 유통업을 하면서 알게된 거래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판매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판로가 이미 확보돼 있어 사업 공모시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많은 경험과 인맥을 쌓는 것이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