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치악교와 개봉교에 설치한 야간경관조명이 관리가 안 돼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치악교 경관조명은 지난 2011년 이후 사용한 내역이 없어 설치 후 줄곧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주시는 지난 2008년 4억원을 투입, 치악교 150m 구간에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다리 양 옆에 네온 등을 설치해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원주시 관계자는 "당시 서울시가 청계천에 야간조명을 설치한 뒤 전국적으로 경관조명 붐이 일었다"며 "원주시도 김기열 전 시장의 지시로 치악교를 비롯한 원주 곳곳에 경관조명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정부는 전국 지자체에 에너지 제한조치를 내렸고, 이로 인해 치악교 경관조명도 사용이 중지됐다. 추석 귀성객을 위해 잠시 켜놓은 적은 있었지만 그 이후 5년동안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문제는 2012년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해 에너지 제한조치가 사실상 해제됐음에도 원주시가 경관조명 재운영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경관조명을 수년째 관리하지 않아 지금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이다. 곳곳에 녹이 슬고 전선은 끊어졌으며 네온 등이 파손돼 고철로 전락했다. 

원주시가 이를 바로 잡을 기회는 있었다. 매년 실시하는 교량 정기점검에서 실상을 확인하고 수리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지난해 내진보수공사를 하면서 원주시는 오히려 공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조명시설 곳곳을 파손했다. 조명 시설 업체에 따르면 원주시가 이를 정비하고 정상 가동하기 위해서는 4억원의 비용이 들어 혈세 낭비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명업체 관계자는 "경관조명을 고쳐쓰려면 수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데 그 돈이면 지금 조명을 철거하고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게 낫다"며 "현 조명장치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개봉교 경관조명도 치악교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주시는 개봉교 보수공사 시점인 2005년 이후 4억원을 들여 경관조명을 설치했고, 2011년 사용이 중지됐다. 개봉교 경관조명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곳곳이 파손된 상태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개봉교 야간경관조명이 누군가에 의해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원주시 담당부서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개봉교 경관조명은 네온등으로, LED 등보다 통상 2.5배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해 운영비가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원주시에서는 개봉교 경관조명을 누가, 언제부터 가동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봉산동 김모 씨는 "치악교는 경관조명을 꺼놓고 개봉교는 켜놓아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원주시가 조명 운영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명시설이 녹슬거나 헐렁하게 부착돼 행인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원주시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치악교와 개봉교 경관조명을 전면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