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래면 곤충농장 벅스팜 안상호 대표.

7종 5만마리 육성…연매출 3억원

곤충농장 벅스팜 안상호(52) 대표는 국내에서는 두 번째,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전문 곤충농장을 시작했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그는 곤충을 채집·사육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다. 채집, 사육, 분양, 유통, 체험, 교육, 전시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작년 6차 산업 인증을 받았고, 최근에는 식용곤충 산업까지 진출해 미래도 밝은 편이다. 

그가 키우는 곤충은 7종에 5만여마리. 아내 김경희 씨, 맏아들 성준 씨가 손을 보태 6만6천여㎡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 귀래면에서 대규모 농장을 시작한 이후 매년 지상파 방송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곤충산업 전문가가 됐으며, 연 3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 곤충샵에서 사업화 모색

안 대표는 원래 생활용품판매업으로 생계를 꾸렸다. 생활용품아이템은 소비자에게 인정을 못 받으면 시장에서 퇴출돼 늘 고민이 많았다고. 벤치마킹을 위해 1996년 일본을 방문했는데, 이 방문이 안 대표의 인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 

일본 곤충시장은 한국보다 30년 앞서 있었다. 조그만 샵에서 사슴벌레나 장수하늘소 등을 판매하고 있었고,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들에게 까지 인기가 많았다.

대학 때 벌레를 채집해 표본을 만들어 보관했던 안 대표는 '이 것도 돈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 생활용품 아이템을 구하러 일본에 갔지만 마음에는 온통 곤충샵이 자리잡고 있었다. 

곤충농장 준비에 3년 

한국에 돌아와서는 곤충 채집에 다시 매달리게 됐다. 산에 갈 때마다 백마리 씩 곤충을 잡아왔고, 선진국 곤충도감을 보며 잡아온 곤충을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연세대, 상지대, 강원대 등에 찾아가 곤충들의 먹이는 어떤 게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자문을 구했다.

안 대표는 "옛날처럼 무턱대고 설탕물만 줄 수 없으니까 교수들을 찾아가 유충과 성충의 먹이는 무엇인지, 최적의 서식 조건은 어떤 것인지 배웠다"며 "그러다보니 곤충 먹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자신이 생겼고, 대량 번식시킬 수 있는 힘도 키웠다"고 말했다. 

때마침 IMF로 생활용품할인사업이 어려워진 것도 곤충사업 전향의 요인이 됐다. 먹이에 대한 공부, 사육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며 3년을 보냈다. 그의 아파트는 곤충들로 가득 했고 이도 모자라 연세대 맞은 편 산에 있는 하우스를 빌려 실내 사육에 힘쓰기도 했다. 우산동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에 판매사무소를 마련하면서 곤충사업 준비를 마쳤다. 

▲ 곤충농장 벅스팜은  6만6천여㎡ 규모이며, 체험·교육 시설이 다양하다.

교육교제로 곤충 판매…온라인 시장에도 진출 

시설을 갖추자 생산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판매가 막막했다. 일단 초·중·고 아이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원주는 물론 여주, 제천, 이천, 충주 등 인근 지역 학교란 학교는 모두 돌아다녔다.

교사들이 그를 불량식품 업자로 취급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중 삼육초등학교에서 교재로 곤충세트를 사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담아 투명 케이스에 넣어 판매했는데 세트당 6만원에 팔렸다. 

학교 판매가 늘자 주문이 와도 못 파는 정도에 다다랐다. 2000년대 초반 곤충 판매로 월 700만~800만원을 버는 것은 국내에서 그가 유일했다. 돈이 벌리니 배달 남직원도, 사무실 여직원도 고용했다.

엉성하지만 홈페이지를 만들어 컨텐츠를 올렸고 이를 본 고객들이 수십건의 주문서를 밀어 넣어 온라인 사업도 성장했다. 안 대표는 생산량을 늘려겠다고 생각해 흥업에서 귀래로 집과 생산시설을 옮겼다. 

사업 위기, 다각화로 극복 

어려운 점도 많았다. 곤충을 키우면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 곤충에게 적당한 먹이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최소 한 달이 걸렸다. 

톱밥을 발효시키고 가스를 빼 유충에게 먹이로 줘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던 것.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약품을 쓰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됐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검증도 안하고 약품을 살포해 사슴벌레 유충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피해액만 7천여만원. 사업이 휘청일 정도였다. 

곤충 먹이를 만들고 유충을 생산하고, 성충으로 성장시키기까지 1년이 필요했고 그 기간 동안 생산을 못해 발생할 피해액도 컸다. 안 대표는 "사슴벌레가 전부 폐사하자 어쩔 수 없이 판매를 중지해야 했다"며 "미륵산에 들어와 1억5천만원 정도 투자했는데 다 날릴 판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한 유치원 교사가 농장 체험과 현장 교육이 가능하냐고 물어왔다. 안 대표는 학습비를 내면 기꺼이 가르치겠다고 해 사업방향을 판매에서 교육·체험으로 전향했다.

이 때문에 장기간의 사업공백을 어느정도 메울수 있었다. 이 시기에 지상파 방송에서도 몇차례 그를 취재했는데 방송을 본 사람들이 사업문의를 해왔다. 안 대표는 그들에게 곤충을 분양하고 사업컨설팅을 해주며 그 댓가로 수업료를 받았다.

그렇게 전국 수십개 농장을 컨설팅하고 곤충 분양도 하며 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 밖에도 백화점이나 문화센터, 기업체 등에 살아있는 곤충이나 곤충 표본을 전시해 주는 댓가로 수익을 창출했다. 

6차산업 기반 갖춰

귀래 미륵산에서 사업이 어느정도 갖춰갈 즈음, 땅 주인이 토지를 팔아 지금의 운계리 벅스팜 농장으로 시설을 옮겨야만 했다.

2005년 이사를 해서 하우스 한 동을 짓고 반은 사육장과 작업실으로, 나머지 반은 가족들이 기거하는 집으로 꾸몄다. 사업 다각화로 2008년 교육부 교육농장으로 선정돼 많은 학생이 체험을 오기도 했다.  

안 대표는 발효실, 작업실, 체험관, 사육실, 전시실 등을 만드는 한편 지자체가 지원하는 농가맛집 식당도 차려 체험과 교육, 휴게가 가능한 곤충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그렇게 수십억원을 쏟아부었다.  

안 대표의 맏아들 성준 씨도 아버지의 사업에 손을 보태고 있다. 2년 전 농업전문대학을 졸업해 지금은 벅스팜 농장에서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등의 식용곤충을 사육하며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원목 느타리 버섯 농장을 만들어 학생들의 손쉬운 체험 거리를 만들었고, 산양삼, 사과도 재배하며 사업을 다각화 시켰다. 

안 대표는 "한 해 벅스팜을 찾는 단체 관광객이 2천명 정도 되고 체험을 하면서 곤충을 구매한다"며 "사업을 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족이 힘을 보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6차 사업인증을 받아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곤충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로 블루오션을 만들어가는 선도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식용 곤충(좌)/가족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한다(우)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