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 척! 애니짱!'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

원주는 도시와 농촌이 조화를 이루는 도농 복합도시이다. 그러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빠른 속도로 도시화 되고 있다. 또한 교통망이 크게 개선되면서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도시발전과 인구증가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지역공동체 문화의 실종이다. 지역공동체 문화는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원주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다행히 아직은 지역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는 마을, 공동체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독자여러분의 관심을 기대한다. 

원주시민 중 70%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공동체는 삭막하다. 농촌에서는 이웃간 왕래가 잦고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 하고 있지만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태장2동 흥양천변에 위치한 태장주공4단지 아파트는 여느 아파트와 달리 소통하는 모습이 돋보이고 다양한 아파트 공동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파트 협동조합인 '태장주공 꿈터협동조합'을 구성한 것도 돋보이며,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주민 복지증진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 입주민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아동과 입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조성

584세대, 1천500여명이 거주하는 태장주공4단지 아파트는 아동·청소년 자녀를 둔 세대가 70%에 달할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가까운 곳에 태봉초, 북원여중이 위치해 교육환경이 좋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태장주공4단지 아파트는 젊은 세대가 많은 만큼 맞벌이 가정도 많다. 문제는 부모가 일하는 시간 동안 어린 자녀들을 안전하게 보살피고 교육을 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공감하는 입주민이 상당수였고 단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 2008년 아파트 관리사무소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을 문고실로 만든 것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시도였다. 작은 공간이지만 아이들과 입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아파트 내에 위치한 만큼 안전성도 보장돼 자녀를 집에 둔 부모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또한 지난 2011년에는 평범했던 문고실이 '꿈터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새단장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한국토지주택공사, 위스타트태장마을센터 등이 의기투합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입주민들을 위한 공간은 또 있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교육·체험 프로그램 전용공간 '꿈배움터'와 2013년부터 방학 때마다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아동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엄마손 밥상'이다.

공간이 구성된 과정은 꿈터 도서관과 비슷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꿈터 도서관과 함께 주민들에게 더 나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리소장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주민들에게 내줬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아파트공동체 구심점 태장주공 꿈터협동조합 

단지 내에 꿈터 도서관과 꿈배움터·엄마손밥상이 마련되면서 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주체가 필요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고유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이 나섰다. 그리고 그 중심엔 태장주공 꿈터협동조합(이사장: 조미화, 이하 꿈터조합)이 있다. 

꿈터조합은 지난 2014년 10월 말 협동조합으로 등록한 원주 최초 아파트협동조합이며, 입주민, 관리사무소장, 운영위원 등 1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꿈터조합이 구성되기에 앞서 입주민들은 다양한 마을활동을 펼쳤다.

꿈터 도서관과 꿈배움터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방과후 교실을 운영해 입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취미교실도 운영하는 등 아파트가 왠만한 문화센터 부럽지 않은 공간으로 거듭났다.

또한 여름·겨울방학마다 엄마손 밥상을 운영, 입주민들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정성스런 점심을 제공했다. 올 여름방학에도 아동 24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꿈터조합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가을 마을축제로 자리매김한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조미화 태장주공 꿈터협동조합 이사장은 이 아파트에서 9년째 살고 있으며, 3남매 중 두 아이를 이곳에서 얻어 애착이 크다. 그녀는 입주민간 소통이 원활한 것은 물론 서로의 자녀들을 남 취급하지 않고 공동의 자녀로 여기고 관심을 가지는 것에 감동 받았다고 한다.

조 이사장은 "우리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고 아이들을 함께 돌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이 아파트에 살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한다"며 "지금 협동조합에 여러 입주민이 힘을 주고 있는 만큼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이 더욱 굳건하게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지원금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조합원 및 입주민들과 함께 수익사업을 펼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행·재정적 지원 눈길 

태장주공 꿈터협동조합과 입주민들이 공간 및 프로그램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입주민들의 뒤편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창고와 소장실이 입주민들의 공간으로 바뀐 것도 관리사무소에서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다. 

관리사무소는 다양한 사업을 지원·연계하고 있다. 엄마손 밥상의 경우 주거복지연대와 연계해 매년 방학때마다 100만원 정도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꿈터도서관·꿈배움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다양성을 꾀하기 위해 여러 기관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유치했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강원문화재단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엄지 척! 애니짱!'이란 타이틀의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15회에 걸쳐 운영했다. 올해 초에는 강원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입주민 20명과 함께 농구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단지 내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온정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관리사무소는 단지 내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입주민 10여명을 대상으로 '홈닥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대상지의 집에 들러 건강상태를 체크하거나 먹거리나 생활용품을 지원한다.

또한 홈닥터서비스와 함께 재정·물질적 지원이 필요한 엄마손 밥상을 위해서는 기업체 등과 1사1단지 결연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태장주공4단지 아파트는 현재 KT원주지사, 경동보일러 태장대리점, 교육단체 프레임, 한국환경 등 기업체와 결연을 맺고 있으며, 1사1단지 결연 기업체들은 아파트에 필요한 물품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승만 관리사무소장은 "입주민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관리사무소의 역할이기에 언제나 성심성의껏 입주민들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