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수를 심은 자리에 신축건물이 들어서며 조경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난 실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것 같다". 상지영서대 전통산업진흥센터에 심은 조경수에 대한 한 시민의 지적이다. 7년 전 세금으로 조경수 수천주를 심었으나 관리소홀로 이듬해 수백주가 고사했는데 이후에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현재는 남아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 

원주시는 지난 2009년 8월 한강수계기금 35억원과 시비 39억5천만원을 들여 상지영서대에 전통산업진흥센터를 준공했다. 당시 건물 조경을 위해 소나무, 선주목, 왕벚나무, 백목련, 영산홍, 산철쭉, 눈주목, 조팝나무 등 15종의 교목과 관목 1천695주를 심었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3천500여만원.

그런데 이중 상당수가 1년 뒤 꽃을 피우지 못하거나 고사했다. 이에 본지는 이러한 문제를 보도하고 대책수립을 촉구했다.(2010년 7월 19일 8면). 그런데 최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남아있는 조경수는 100여주에 불과했다. 그 이후에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남아있던 조경수 마저 고사시킨 것. 

이같은 일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관리주체의 무관심과 관리소홀 때문이다. 당시 본지 보도에 따르면 건물 준공을 앞두고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제대로 심지 못한데다, 상지영서대 전통산업진흥센터 요구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서 뿌리활착이 안돼 대량 고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원주시와 상지영서대, 시공업체는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상지영서대 측은 "건물 준공기일을 맞추기 위해 시공업체가 조경공사를 서둘러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한 반면, 공사업체는 "조경수는 봄에 심어 여름에 활착해야 하는데 위치를 바꾸는 바람에 여름에 심어 고사한 나무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원주시도 "위탁관리자가 대학인 만큼 시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했다. 다행히 고사한 나무 260여주는 업체측에서 하자보수 차원에서 다시 심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11년 하자보수 이후 제대로 관리했다면 현재 1천700여주가 남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5년이 지난 현재 진흥센터 내 조경수는 100여주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상지영서대는 조경수를 심었던 위치에 자동차실습동과 비닐하우스 각 1동, 민간기업 연구소를 준공하면서 일부 조경수는 옮겨 심었고 나머지 나무는 고사하거나 사라졌다고 해명했다. 현재 이곳에는 소나무나 벚나무 등이 일부 보일 뿐 산철쭉, 눈주목, 조팝나무 등 다년생 관목, 벚나무나 선주목, 서어나무 등 준공 당시 심었던 조경수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상지영서대 전통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연간 원주시로부터 시설관리 명목으로 운영비 6천만원을 받는데 이 예산으로 조경관리까지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투입된 세금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는 원주시는 아예 조경수 고사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담당자가 교체되면서 전통산업진흥센터 조경수는 인수인계하지 않았던 것.

원주시 관계자는 "워낙 오래된 일이고 전임 직원이 담당했던 사안이라 모르겠다"면서도 원주시 책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자기 집에 심은 나무는 집주인이 관리하는 것이 맞다"며 전통산업진흥센터에 관리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제보한 시민은 "자기 돈으로 나무를 심었다면 이렇게 관리했겠냐"며 "1차적으로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지영서대에 문제가 있지만, 원주시도 민간부문에 예산을 투입할 경우 올바로 사용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