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 제8대 학생회장을 맡게 된 조순옥(65) 씨는 복지관 개관 이래 첫 여성학생회장이다.

지난 6년간 부회장을 맡으며 복지관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 '일 잘하는 임원'으로 인정 받았다. 때문에 노인들은 젊고 추진력 있는 조 회장이 학생 대표를 맡은 것이 반갑다. 

조 회장은 복지관 운영과 살림살이를 꼼꼼히 살피고,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 가기위해 고민을 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복지관이 문을 닫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출근하듯 복지관에 나오는 조 회장은 언제나 부지런한 모습이다. 

이달 회장 임기를 시작한 뒤 조 회장은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원창묵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운행 13년에 접어들어 고장이 잦은 복지관 셔틀버스를 교체해달라는 건의사항 때문이었다.

셔틀버스 교체를 위해 복지관에도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3일 원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조 회장은 노인들을 대변해 불안감과 불편함을 호소하며 셔틀버스 교체를 건의했다. 이처럼 조 회장은 어려운 일에도 항상 뒤에서 지켜보는 법이 없이 의견을 개진했다. 

최근에는 복지관 화장실 조명을 스위치 방식에서 센서작동 방식으로 전환시키는 일을 추진했다. 노인들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올 때 불을 끄는 것을 자주 잊는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

조 회장은 복지관 측에 이 문제를 말하며 에너지 절감을 위해 화장실 조명을 센서작동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건의했고, 예산이 많이 들 경우 사비를 후원할 의사까지 밝혔다. 다행히 복지관에서 검토한 결과 큰 예산이 들지 않는데다 전기 절약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돼 교체를 진행했다. 

또한 조 회장은 6년째 복지관 탁구동아리 반장과 총무 일을 번갈아 해오면서 탁구동아리 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애를 썼다. 과거 복지관에는 탁구장이 없어 타 프로그램과 함께 교실을 사용하며 많은 노인들이 불편함을 겪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조 회장이 탁구동아리 총무를 맡았을 당시 반장과 함께 탁구장 설치를 건의하기 시작했다. 

1년여 간 시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전달한 끝에 다음해인 2012년 복지관 신관 2층에 지금의 탁구장이 조성됐다. 마룻바닥이었던 탁구장 바닥에 올림픽 경기용 매트가 시공된 것에도 조 회장의 노력이 컸다.

덕분에 과거 50여명으로 시작한 탁구동아리는 현재 200여명의 회원이 매일같이 나와 탁구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조 회장이 이처럼 탁구를 사랑하고 앞장서 복지관 일에 나선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자궁경부암 말기판정을 받았다. 젊은 사람들도 이기기 힘든 항암치료 12회와 방사선치료 32회를 진행했던 것.

그러면서도 아픈 몸을 이끌고 탁구를 치러 복지관에 나왔다. 조 회장은 "소변 줄을 차고 몸빼 바지를 입고 탁구장에 나와 탁구들 쳤다"며 "좋다는 자연요법도 많이 찾아봤지만 나를 살 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탁구"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2년 4개월 만인 지난 12일 의사로부터 '정상'이라는 검사 결과를 듣게 됐다. 암을 이겨낸 그는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조 회장은 "복지관에 나와 탁구를 즐기면서 암을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 남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에 회장을 맡게됐다"며 "임기를 맡은 2년간 복지관과 노인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충북 충주에서 살다 8년 전 원주에 정착했으며, 아들 유성열(40) 씨와 며느리, 손자 3명과 함께 살고 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