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2회 원주포럼이 아카데미극장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지난 7일 시의회 모임방에서 진행됐다.

제52회 원주포럼이 '아카데미 보전을 통한 원도심 활성화를 모색하다'를 주제로 지난 7일 원주시의회 모임방에서 개최됐다. 

지난 2005년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개관하면서 1950~60년대 건립된 원주극장(1956년), 시공관(1962년), 아카데미극장(1963년), 문화극장(1967년)이 폐관했으며, 아카데미극장을 제외한 나머지 극장은 모두 철거됐다.

이번 원주포럼은 지금은 운영되지 않지만 원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날로그 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을 보전해 지역의 상징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원도심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부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포럼은 원주투데이신문사, 원주도시재생연구회,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공동 주최했으며, (사)강원시민사회연구원이 주관했다.

주제발표는 최재석 한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근대문화유산으로서 아카데미극장', 전영철 상지영서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가 '유휴공간을 활용한 원도심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김주완 원주예총 회장, 김은주 종로 실버영화관 대표, 서교하 원주근대도시건축사연구소 대표, 오종진 문화의거리 상인회 부회장, 용정순 원주시의회 도시재생특별위윈회 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포럼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발제·지정토론

▲ 최재석 한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최재석 한라대 건축학부 교수 

원주의 아날로그 극장들이 그대로 남아 역사적 가치를 살리고, 도심에서 부족한 공공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했더라면 시민들의 추억을 담는 소중한 장소성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아카데미극장만 남았다. 마지막 보루로서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의 정체성으로 되돌려줄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아카데미 극장은 강원감영, 중앙로 문화의거리, 풍물시장을 거쳐 원주천으로 이어질 때나 원주천에서 도심으로 이동할 때 꼭 거쳐야만 하는 중간지점에 위치해 활용가치가 크다. 또 원주천 둔치 주차장, 새벽시장, 5일장이 열리는 풍물시장 등에 모여드는 시민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도심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시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이나 커뮤니티 시설이 필요한데 아카데미극장은 이런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곳으로 활용 가능하며,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원주는 원도심으로부터 성장했다. 개발 이면에 원도심을 등한시 하고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조상을 없애는 것과 같다. 지역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역주민들이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만 원도심이 살아날 수 있다. 

▲ 전영철 상지영서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

전영철 상지영서대 호텔경영과 교수 

2006년 문화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50년 역사를 가진 재래식 극장이 모두 퇴장했다. 3개의 극장이 사라지고 주차장, 우체국 등등의 시설로 바뀌어 시민들로 하여금 기억의 공간을 상실하게 됐다.

하나뿐인 재래식 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은 미래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식하고 원도심 활성화의 매개체로서 활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휴공간을 활용한 성공적인 사례가 도출되고 있는데 원주도 지역의 특색을 가미한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카데미극장은 원도심의 허브가 될 수 있다. 남산과 원일로, 중앙로, 평원로, 원주천을 연계시키는 종단축과 횡단축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해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계시킬 수 있는 곳이다. 

아카데미극장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작업실, 연습실은 물론이고 박물관, 전시관, 향토관, 공연장, 문화센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 이상일 것이다. 건물의 모습을 어떻게 갖추느냐도 중요하다. 건물의 핵심요소는 보존하되 안전도를 고려하면서 물리적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 김은주 종로 실버영화관 대표

김은주 실버영화관 대표 

원주의 아카데미극장은 지역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자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낮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만 문화향유 기회가 적은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자리잡으면 좋겠다. 또 아카데미극장은 영화상영은 물론 공연도 진행할 수 있으며, 특별한 결혼식 장소로도 사용 가능하기에 활용 가치가 높다. 

아카데미극장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선 공모를 통해 이것을 이끌 사업주체를 선정, 극장 운영을 맡기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전적으로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지양해야할 부분이다. 가능하다면 수익사업을 통해 운영비와 프로그램 개발 비용을 마련하고 일자리까지 창출한다면 바람직하다. 

▲ 김주완 원주예총 회장

김주완 원주예총 회장 

마지막 아날로그 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은 원주의 문화를 이어가는 공간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경제적 논리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시설을 철거하고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중앙시장 2층의 변화는 놀라웠다. 몰라보게 활기차졌다. 도시재생 측면으로 접근했고 문화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극장도 문화를 중심으로 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키워드 아래 추억과 역사가 있는 공간으로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또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아카데미극장은 충분히 공간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원주의 예술인들도 노력하겠다. 원주의 예술인들이 아카데미극장에 모여 주민들과 소통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 서교하 원주근대도시건축사연구소 대표

서교하 원주근대도시건축사연구소 대표 

원주가 역사문화유산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결여된 것 같아 늘 아쉬웠다. 원주의 100년 도시건축역사를 시민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민 삶 속에 녹아있는 근대문화유산이 지역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고민해야할 때다. 

원주의 근대문화유산은 가치를 갖기도 전에 사라져 갔다. 문화극장이 작년에 철거됐다. 아카데미극장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이 극장이 문화유산적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역사를 모르는 것은 과거를 모르는 것이고, 현재를 모르면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삶과 애환이 닮긴 이 공간을 후대에 물려줄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보전해야 한다. 

▲ 오종진 문화의거리 상인회 부회장

오종진 중앙로 문화의거리 상인회 부회장 

상인들과 아카데미극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차라리 철거하고 주차장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차장을 넘어 아카데미극장을 다시 활성화시켜보자는 의견을 나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이 극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실질적으로 극장을 이용할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외관은 최대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되 내부공간은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용정순 원주시의회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장

용정순 원주시의회 도시재생특별위윈회 위원장 

원도심이 파괴되고 외곽지역만 발전한다면 자연스레 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급격한 도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원주시는 지금대로라면 파괴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아카데미극장이 헐리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원도심에서 가장 많이 대두되는 것이 주차난인데 과연 이 극장을 철거하고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 대책일까. 이 극장의 가치와 상징성을 고려해야 하며, 원도심의 중요한 거점공간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곳이다. 

지금 원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는 문화행사에 국한돼 있는데다 일회성에 그쳐 전통시장 상인은 물론 이 일대 주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거점공간을 중심으로 문화가 끊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아카데미극장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아닌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활용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자유 토론

홍성용(원주주거복지센터) 

아카데미극장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면 좋겠다. 특히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기를 기대된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곽태길(중앙시장 번영회장) 

아카데미극장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강원감영 등이 연결되는 원도심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하며 문화예술이 접목돼야 한다. 중앙시장 2층은 낙후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문화를 부각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아카데미극장도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둔다면 원도심에서 중추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용준(무실동) 

하루라도 빨리 건물을 매입해 사업을 추진해 문화자산적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원도심에는 걸어다니며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본다. 다양한 걷기코스를 발굴해 아카데미극장과 연계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김지헌(원주문화예술협동조합) 

아카데미극장이 공연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지역 대표 공연장인 치악예술관과 백운아트홀은 크기가 커서 상당수의 문화예술인들이 대여하기에 부담스러워 한다. 아카데미극장은 규모면에서 적당하며, 스텐딩좌석과 일반좌석을 적당히 나누어 배치하면 보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가능할 것이다. 

허진욱(원주시의원) 

아카데미극장은 보존해야할 가치가 높은 건물이며, 원주시의회는 원주시와 힘을 합쳐 아카데미극장이 시민의 품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만 50년 이상된 건물이라면 안전성이 우려된다. 보전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김시동(강원아카이브협동조합 대표) 

원주를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유산을 자주 접한다. 그러나 지역 문화유산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 문화유산과 그에 대한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카데미극장은 지역의 큰 자산인 만큼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박왈수(중앙동장) 

아카데미극장을 보전하기 위해선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 전담팀이 만들어진다면 사업 추진 과정 중 문제점이 발생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지며, 보다 구체적인 사업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한규정(문화의거리 상인회장) 

어떠한 사업을 추진하든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아카데미극장 보전은 실천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실 문화의거리 상인들은 주차장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상인들의 입장이 바뀌었다. 우리 문화의거리 상인들은 아카데미극장 보전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한준수(원주상인협동조합 이사장) 

아카데미극장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이 반갑다. 그러나 건물을 매입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원주시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나서주기 바란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