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노케어 참여자 김경자 씨(왼쪽)와 사회복지사 이정미 씨가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대상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저소득 노인이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노인 스스로 보다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 사업이 사회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경자(69, 원동) 씨는 지난해부터 공익노인활동 지원사업 일환인 노노케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노노케어는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뜻으로 활동 능력을 가진 노인들이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을 찾아가 안부를 살피고 말벗이 되어주는 일자리 사업이다.

김 씨는 처음 노노케어에 참여할 때부터 같은 조원인 이양순(74) 씨와 함께 한 동네에 사는 전모(63, 원동) 씨 집을 방문했다. 전 씨는 당뇨합병증으로 3년 전 오른쪽 하지를 절단해 장애를 갖게 됐다.

딸 2명이 있지만 부양할 형편이 못돼 혼자 살고 있다. 하지만 전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본인 소유라 공적지원을 받지 못하며, 장애와 질병으로 경제활동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김 씨가 전 씨 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만해도 집안 상태는 믿기 힘들 정도로 취약했다. 한 사람 앉을 공간도 없을 만큼 지저분한데다 형광등도 수명을 다해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난방시설도 고장이 났지만 난로도 없이 겨울 추위를 맨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김 씨는 안부를 챙기기 전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했기에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이하 노인복지관)과 원인동주민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덕분에 원주시와 복지기관·단체의 도움을 받아 집수리가 진행됐고, 연탄도 지원됐다. 김 씨가 열심히 나서 도움을 강구한 덕분이다. 

김 씨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전 씨 집을 방문한다. 일자리 기준 대로라면 주 3회 3시간 씩 월 30시간을 돌보면 되지만 김 씨는 애초에 근무시간을 따지지 않았다.

말동무가 되어주고, 식사와 약을 제때 먹었는지 챙겨주는 것은 물론 집안일도 나서서 한다. 전 씨가 마다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인지 장애를 가진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이지만 지저분한 구석 없이 깨끗하다.

국이나 반찬, 부식거리도 챙겨다 주고, 과거 미용실을 운영했던 경력이 있어 한 달에 2번 이발도 직접 해준다. 

김 씨는 "우리집과 가깝기 때문에 오며가며 들르면서 도와줄 일이 없는지 살핀다"며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해줄 순 없지만 있는 것을 나누며 이웃사촌으로 지낸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로 시작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월 20만원을 받는 것 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며 "힘으로 돕는 건 얼마든지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노케어 사업을 담당하는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 이정미 씨는 "대상자들은 도움이 절실한 분들이지만 공적인 지원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어르신들이다"라며 "일자리를 갖고자하는 어르신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관심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는 안전망이 되어주고 있어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노노케어 사업에는 모두 311명의 노인이 참여하고 있으며, 2인 1조로 도움이 시급한 독거노인 세대 150여 가정을 방문한다.

노인복지관에 따르면 최근 전 씨의 사례처럼 참여자로 인해 지역사회 지원체계를 연계받기도 하며, 참여자들이 대상자가 쓰러져 있는 등 긴급 상황을 발견, 신고함으로써 큰 사고를 방지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사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