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7월에 접어들면서 이미 지나온 상반기를 돌아보면 참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해 가족들을 잃거나 현재까지 고통 받는 가족들을 보고 있어야 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아픈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 등의 7월 4일 발표에 의하면 2011년 5월부터 2016년 6월 말까지 총 3천698명이며 이 중 70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강원도에서도 지금까지 모두 43명이 피해를 보았고, 이 중 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지역별로 사망자 수를 보면 원주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춘천과 강릉 각각 2명, 홍천 1명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간과할 수 없는 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협)에서는 지난 4월 25일부터 소협 소속 10개 회원단체를 중심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들의 처벌을 촉구하며, 최악의 가해기업인 옥시의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전개하였다.

전국 소비자단체는 유통업체에 공문을 보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옥시)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킬 것을 요청하고, 추후 가습기 살균제를 진열 및 판매 중인 유통업체를 조사해 이를 따르지 않는 유통업체는 이용을 거부하자는 캠페인을 약 2달간 전국에서 진행하였다.

또한 소비자들의 옥시불매운동 동참을 요구하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 불매 플랜카드 설치, 홈페이지, SNS를 통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 처벌 촉구 및 옥시제품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이에 원주소비자시민모임에서도 지난 5월 16,17일 양일간 원주시내 대형마트 내 옥시제품의 판매현황을 조사하고 5월 18일 옥시불매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당시 대형마트에서는 진열된 옥시제품을 철수하지 않아 전국의 소비자단체가 지속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6월 말 경에 롯데마트를 비롯한 홈플러스, 이마트가 옥시제품을 철수하게 되었다.

이번 대형마트의 옥시 제품 철수 결정은 한국의 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이 옥시불매운동을 펼친 지 단기간에 이루어진 큰 성과이며, 기업에게는 소비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시장에서 영원히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소비자들에게는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시장을 변화시키고 행동하는 소비가 시장을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킨 의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는 관련기업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1994년에 첫 제품이 나온 뒤 20여종이 제품이 판매가 중단된 2011년까지 판매되었으며 18년간 약 800만 명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사례보다 훨씬 더 많은 잠재적 인명피해가 생겼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몰랐다고 하며 어떠한 책임도, 보상도 나서서 해주지 않고 있다. 아픈 가족들과 산모와 아기들의 건강을 위해 구입한 제품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소비자의 가슴에 한이 맺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 동안에 발생한 소비자피해사건, 가령 신용카드사들의 개인정보유출사건, 대형 유통업체의 개인정보매매사건, 가짜 백수오 사건, 폭스바겐의 연비조작사건들을 살펴보면 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에 대한 피해구제가 약하기만 하였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단체가 나서서 관련 업체에 대해 책임을 묻고 일부 소비자들이 소송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기업들은 대부분 책임을 부인하며 소송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효율적인 피해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소비자가 중심인 기업윤리관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기업이 이윤추구가 목표였다면 앞으로의 기업의 목표는 환경보호와 소비자의 안전, 그리고 더 나아가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들을 담보로 가해지는 사회적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관련 법안이 반드시 제정되어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부도덕한 기업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김수경 원주소비자시민모임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