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필자는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들려오는 굴삭기의 둔탁한 소음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원주는 지금 어디를 가든지 공사가 한창이다. 혁신도시, 기업도시, 남원주역세권 개발, 화훼특화관광단지 조성, 원주-강릉간 복선전철, 여주-원주간 수도권전철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개발들이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원주시에서는 "100만 도시를 대비하는 주춧돌을 놓는다"라는 각오로 원주를 리모델링하는 듯하다. '원주는 공사중'이라는 말이 원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용어인 것 같다. '원주는 공사중이다.' 

원주의 또 다른 모습은 '부조화 현상'이다. 원주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구)원주여고 부지의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건립 문제이다. 최근에는 센터 조성사업이 지지부진 하고, 최문순 도지사의 예술인 비하 발언이 겹쳐지면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옛 원주여고 부지 활성화 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최문순 도지사의 공약이행을 촉구하고, 원주예총은 도지사의 발언 취소와 사과, 공약이행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분노한 지역 예술인들의 격앙된 감정들이 거칠게 표출되고 있다. 

필자는 원주의 두 현실태를 지켜보면서,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리듬분석'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떠올랐다. 마르크스주의 프랑스 철학자인 앙리 르페브르는 일생동안 자본주의 사회의 일상성과 도시문제 연구에 천착하였는데, 그의 마지막 유고집(遺稿集)이 바로 '리듬분석'이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리듬은 기본적으로 스타일(양태)이지만, 다양한 관계를 맺는 얼개를 보여주는 관계적 스타일이며, '리듬분석'은 궁극적으로 '공간의 리듬'과 '시간의 리듬'이 맞물린 지점에서 리듬의 하모니를 통해 '자연스러움', '인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철학적 개념이 오늘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하게 하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까지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미완에 그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실존을 새로운 관점에서 직시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연구는 충분히 유의미하다. 

예컨대, 인간의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는 것은 신체의 일부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운동 에너지와 연관성이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것처럼, 한 공동체의 갈등이나 불협화음, 사회적 병리현상이 생긴다는 것은 결국 공동체의 어떠한 부분의 리듬이 멈추거나 부조화라는 양태가 그 이면에 있다는 것이다. 

앙리 르페브르의 '리듬분석'은 이러한 양태에 주목한다. 그의 '리듬분석'이라는 청진기로 원주라는 공동체를 진단해보면 어떨까? 

필자의 주관적인 진단은, 마치 한쪽 바퀴에 바람이 빠진 상태로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보인다. 일종의 '부정리듬(arythmie)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원주는 도시개발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성장이라는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에너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도시 리듬의 중요한 축인 '문화적 삶의 리듬' 즉, '문화 인프라'라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에너지가 미약하다. 

우리가 왜 경제적 부를 이루려고 하는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다. 즉 '문화적 삶'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문화적 삶'은 인문학적 성찰과 미학적 감성에 기반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원주는 팽창하는 도시의 규모에 비하여 '문화 인프라'가 현저히 부족하다. 

원주여고 부지에 계획 중인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조성은 강원도지사와 원주시장의 공약이기 때문에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 보다, 근본적으로 원주라는 도시의 건강한 리듬을 위해서, 우리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인식이 더 중요해 보인다. 

문화예술의 생상과 향유에는 '문화의 다이아몬드'라는 원리가 있다. 즉, 예술은 생산하는 사람(창작자)으로부터 나와서 그 것을 향유하는 사람(소비자)에게로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과 분배가 이루어져서 문화경쟁력이 생성된다는 이론이다.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는 궁극적으로 '문화 다이아몬드' 원리가 적용되는 공간이다.

생산자인 예술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문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향유하는 공간이며, 경쟁력 있는 예술들이 생성되는 공간이다. 문화적 접근성과 향유성을 높이는 것은 문화민주주의와 문화 복지를 이루는 방편이다. 

물론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조성이 원주시의 부정리듬현상을 해결하는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조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앙리 르페브르의 전언처럼 공동체 리듬의 조화를 통해 '자연스러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길이 원주 시민이 50만이 되고 100만이 되어도 'Healthy Wonju'가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병호 조형예술학박사 원주미술협회 자문위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