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륜1동 세경아파트 인근에 설치된 스마트경고판 밑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좌), 우산동 귀운목욕탕 앞에 설치된 스마트경고판 밑에도 항상 쓰레기가 놓여 있다.(우)

원주시가 스마트경고판을 설치해 쓰레기 불법투기를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스마트경고판을 활용한 적발건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주시는 지난 2013년부터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을 위해 상습 투기지역에 녹화기능은 물론 접근 시 경고음성과 문자가 함께 송출되는 스마트경고판을 설치하고 있다.

기존 CCTV는 1대당 1천500만원 상당의 설치비용과 전기료, 통신비 등 유지관리비가 든다. 하지만 스마트경고판은 1대당 270만원으로 설치비가 상대적으로저렴한 데다 태양광을 이용해 유지관리비용 부담도 적다.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높아 전국적으로 설치하는 추세다. 원주시의 경우 올해까지 20개 지역에 5천만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경고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스마트경고판을 설치한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습투기지역에 쓰레기가 쌓여 있어 경고판 설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산동에 거주하는 A 씨는 "스마트경고판을 설치한 뒤 예전보다 버려지는 양은 줄었지만 불법투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녹화기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쓰레기가 버려지는 걸 보면 경고판을 활용해 제대로 단속하는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원주시에 확인한 결과 지난 3년간 스마트경고판을 활용해 불법투기를 적발한 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 원주시 관계자는 "현재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은 시민의식 계도 차원에서 쓰레기종량제봉투 사용여부를 우선적으로 단속하고 있으며, 스마트경고판은 불법투기 감시 및 사전예방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쓰레기종량제봉투 사용 단속은 대부분 환경정비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정작 수천만원을 들여 설치한 스마트경고판은 경각심을 주는 사전예방차원으로만 활용될 뿐, 녹화영상을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쓰레기종량제봉투 사용여부에만 단속이 집중되면서 사실상 지정장소 외 배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스마트경고판 설치장소에서도 여전히 불법투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원주시 관계자는 "불법투기가 적발될 때마다 일일이 녹화된 영상을 확인하기에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며 "녹화 영상을 토대로 주민들에게 수소문을 해도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사실상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편, 2013년 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스마트경고판을 도입한 부산 수영구는 현재 스마트경고판 운영을 중단했다. 제품자체 결함으로 유지관리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녹화영상을 토대로 적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적극적인 단속 시 활용도가 떨어지고 단순한 계도역할에도 한계가 있어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영구 역시 설치기간 동안 스마트경고판을 활용한 적발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