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가 2억원을 들여 대송교를 건설했으나 접속도로가 없어 무용지물로 전락한 채 방치되고 있다.

▲ 하늘에서 본 대송교 일대.

지난 2009년 원주시는 흥업면 대안리에 길이 17m, 폭 6m의 소교량을 설치했다. 원주시는 마을 지명에서 유래해 '대송교'라고 이름 붙였지만 지역주민들은 '병신다리'라고 부르고 있다.

대송교가 인근 도로와 접속하지 못해 자동차는 물론 경운기조차 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설치비용으로 2억원을 투입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대송교 주변에는 논·밭 10여 필지가 있다. 교량을 놓기 전에는 실개천을 건너 논·밭을 경작하거나 농산물을 수확해 불편이 많았다. 이에 주민들이 원주시에 교량건설을 건의했고, 원주시도 이들의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 교량 설치를 결정했다. 

문제는 원주시가 대송교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지 않고 신설했다는 점이다. 대송교는 현 위치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인접도로와의 접근성 때문에 위치가 변경됐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변경된 위치의 토지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고 공사를 진행해야 했지만, 원주시는 건설예산 조기집행 정책에 따라 이 과정을 간과하고 공사를 했다. 

공사 전 토지사용승낙을 해주겠다는 지주의 구두 약속만 믿고 교량을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지주가 토지사용승낙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도로가 끊긴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대안리 주민 A 씨는 "원래 다리 위치는 주민들이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원주시가 주민들과 상의 없이 임의로 위치를 변경한 것부터 문제가 됐다"며 "변경된 위치의 토지사용승낙을 받지 못해 다리 위치를 한번 더 변경했고, 다리를 건설했어도 인접한 토지 지주의 사용승낙을 받지못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송교와 접속 예정 토지는 대안리 주민 P 씨의 부친 명의로 되어 있다. 당시 P 씨의 부친은 고인이어서 그 자녀들이 상속지분 형태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지분소유자 일부가 토지사용승낙에 반대해 도로 접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리는 만들어 놨는데 도로 접속은 안 되니 농민들은 종전대로 하천을 건너 농사를 짓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대송교를 놔두고 200m 정도 우회해 농사를 짓고 있으며, 몇몇 지주들은 통행이 어려워 아예 농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대송교 건너편 주민은 대송교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300~400m 걸어가야 집에 갈 수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대송교 문제로 수년째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정작 이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지 오래다. 당시 대송교 건립을 추진한 건설방재과 김모 담당은 "대송교 건설 중간부터 업무를 맡아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른다"며 "지분소유자 일부에게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교량 준공검사자였던 같은과 다른 김모 담당도 "당시 담당업무가 교량이 제대로 완공됐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어서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교량위치가 변경되면서 주민들은 당시 원주시 공무원들에게 수차례 항의를 했다며 모를 리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원주시는 대송교 건설을 추진하면서 다리와 인접하게 될 토지 구역에 대한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대송교와 인접한 P 씨의 논이 상당부분 하천을 메워 사용하고 있음에도  원주시가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적도를 확인한 결과 P 씨의 논은 실제 하천부지 상당수를 침범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송교 건설을 추진할 때나 주민들이 이를 원주시에 고발한 이후에도 적절한 행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주시 건설방재과 김문철 과장은 "현장을 확인한 후 하천부지를 무단점유 했다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