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으로부터 공사를 수급한 乙은 건설업면허가 없는 丙에게 일괄 하도급을 주고 丙은 다시 위 공사를 丁에게 재하도급을 주어 완공하게 하였다. 

한편 乙은 丙에게 일괄 하도급한 사실을 은폐하고 乙 자신이 공사를 시행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丙에게 乙의 이사 또는 현장소장의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여 丁은 하도급인이 乙인 것으로 알고 丙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丁은 丙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乙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 

상법 제24조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명의대여자의 책임이 발생하려면 ①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인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할 것을 허락'하여야 하고, ② 명의차용자의 영업이 명의대여자의 영업인 듯한 외관이 존재하여야 하며, ③ 명의차용자의 거래상대방은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하였어야 합니다. 

한편 위 ① 요건과 관련하여 위법한 명의대여라 할지라도 명의대여자가 법률에 의하여 처벌받는다거나 동 대여행위가 당사자 사이에서 위법행위로서 무효가 되더라도 거래상대방은 명의대여자에게 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면 명의차용자와 거래한 거래상대방은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 중 그가 선택하는 누구에 대하여도 변제를 청구할 수 있고, 이때 명의대여자가 변제할 경우에 명의대여자는 명의차용자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공사시행에 있어 회사의 명의를 어떤 형태로든 사용함을 용인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엿보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이사 또는 현장소장 등의 명칭 사용을 허락하였거나 그러한 명칭사용을 알고도 묵인 내지 방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함으로써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대판 91다18309)"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고,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명의대여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여 보호되는 거래 상대방은 명의대여 사실을 몰랐고 모른 데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자로 국한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丁은 丙과 체결된 하도급계약의 하도급인을 乙로 오인하여 선의·무중과실로 거래하였음을 이유로 乙에게 명의대여자로서 미지급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