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류조 안에 설치된 수경분수. 단 한 번도 분수가 가동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년째 방치되며 수풀이 우거져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실3지구에 조성한 저류조 수경분수가 지난 2008년 설치된 뒤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저류조 주변에 조성된 소공원도 관리 책임자인 원주시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무실3지구 택지개발을 하면서 시청어린이집 옆에 저류조와 수변공원을 설치했다. 장마철 봉화산 계곡에서 쏟아져 내리는 우수를 저류조에 수집해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저류조는 4천200㎥의 우수를 채울 수 있는 용량을 갖췄고, 물이 수집되는 즉시 방류할 수 있도록 두 개의 방류시설이 설치됐다.

LH는 행구수변공원 곡사분수와 유사한 잠자리 분수도 조성했다. 수경분수는 전기시설과 펌프, 배관 등이 갖춰졌으며, 1억원 이상 투입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이 잠자리 분수가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 행구동 수변공원 분수처럼 수면 바로 밑에서 물을 내뿜는데 방류시설이 분수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 가동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저류조에 물을 가득 채운다 하더라도 장마철 집중 호우 때만 가동할 수 있어, 사용 가능일이 연간 열흘도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목전문가들은 저류조에 수경분수를 설치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토목전문가 A 씨는 "물을 잠시 가뒀다가 내보내는 게 저류조이고 비가 많이 내려 물이 가득 차더라도 금방 빼낼 텐데 왜 분수를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엉뚱한 곳에 돈을 쓰니까 LH 부채가 수백조에 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시청 옆 저류조는 기능을 한 흔적이 없어 수풀이 무성한 상태이며, 수경분수는 관리부재로 이곳저곳 파손돼 있었다. 분수를 다른 곳으로 옮겨 활용하려고 해도 사용 자체가 불가능해 고철로 팔아치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2008년 말 저류조를 준공하고 2009년 원주시에 기부채납해 왜 분수를 설치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며 "원주시에 기부채납했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2009년 관리권을 이양 받아 원주시도 수경분수는 물론 저류조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억원이 투입된 분수지만 담당 공무원이 존재 여부를 모르고 있었던 것.

관리권이 이양된 지 6년이 넘었지만 관리가 안 돼 분수대 안에는 물대신 흙만 가득 메워져 있다. 게다가 LH는 저류조 주변에 목재데크를 설치해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공원시설을 갖췄지만, 데크 곳곳이 파손돼 있고, 일부는 아예 뜯겨진 상태로 방치돼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원주시가 공원사업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는데 정작 시청 앞 공원은 관리하지 않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며 "담배꽁초, 과자봉지가 흩어져 있는 것은 예사고 데크 위를 걸어다닐 때 삐그덕거려 사고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몇 개월 단위로 저류조 실태 조사를 하지만 해당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장에 나가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