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기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에는 33개 팀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문가 13명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이하 청소년포럼)은 '지역이 학교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해 하반기 제1기 운영을 시작했다. 팀을 이룬 청소년들은 관심 있는 지역 문제를 스스로 주제로 설정해 연구·조사하고 이후 논문을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돕는 '멘토'는 온전히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청소년들에게 지역이 교육 현장이 되고, 지역의 전문가들이 멘토로 자원하는 청소년포럼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이란?
청소년포럼은 학교교육과 지역사회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협력을 기반으로 청소년에게 지역사회가 또 하나의 열린 학교로써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전문적인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와 원주시, 강원도원주교육지원청,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 운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있다.

학생 3인 이상에 지도교사 1인 이상으로 팀을 구성한다. 팀별로 연구 주제를 설정하면 대학교수 등 해당 분야 전문가가 팀 멘토로 활동을 지원한다.

팀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조사방법 및 논문작성법 등 모든 참가자에게 필요한 교육은 공동교육을 통해 진행한다. 장기간의 연구를 거쳐 각 팀은 논문을 집필하고,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을 개최해 발표한 뒤 논문집을 제작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5개월간 원주지역 중·고등학생 30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18개 팀이 논문을 발표했다. 지속협은 그 결과물을 엮은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 논문집 예스 두(YESDO)!'를 발간했다.

올해까지 연구를 이어가는 팀을 포함해 지난달 33개 팀이 제2기 청소년포럼 활동을 시작했다. 멘토 그룹에는 현재 13명의 전문가가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아직 멘토를 연결 받지 못한 팀이 있어 멘토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청소년, 지역사회로 한 발짝
청소년포럼의 중심에는 '지역사회'라는 키워드가 있다.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염두하고 각각의 팀이 우리 지역의 사회, 환경,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문제를 연구한다.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지역사회 청소년들이며, 그들의 연구를 돕는 것 역시 지역사회 전문가들이다.

지역공동체의 힘으로 우리의 문제에 대한 대안과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것이며,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해 지역 인재를 양성할 뿐 아니라 전문가 집단의 구축까지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많은 예산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미래를 위해 지역의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한 덕분이다. 멘토들은 지식 뿐 아니라 시간, 물질까지 내어주며 멘토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청소년포럼은 그 밖에도 여러 측면에서 장점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먼저 청소년들은 우리 지역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한 관심의 시작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주인의식을 형성하며,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지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한 청소년들은 능동적 사고 능력과 문제해결 역량을 기르고, 협업을 통해 자기 주도 학습 방법을 터득하는 등 다양한 것을 배워간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역 교육의 만족도를 높이는 등 교육 형평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제현수 지속협 사무국장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회"라며 "기성세대와는 또 다른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지역을 고민하다

▲ 인문계고교와 특성화고교에 대한 인식차이를 연구한 북원여자고등학고 2학년 학생들. 왼쪽부터 신진경, 윤지아, 유하랑, 유서영, 마지우 양.

"지역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

"스스로 편견 버리는 계기 됐죠"

유하랑(북원여고 2) 양은 지난해 같은 반 친구들 4명과 함께 팀을 구성했다. 팀원들은 새로운 형태의 학습에 대한 호기심으로 거부감 없이 참여를 결정했다.

이들은 '원주시 인문계 고등학교와 특성화 고등학교의 인식 차이를 일으키게 하는 원인'을 주제로 연구했고, 지난 포럼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팀원들은 조사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스스로의 편견을 버리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팀원들을 만나 청소년포럼에 참여한 소감을 들어봤다.

▷유하랑: 교육과 관련된 주제로 연구를 해보려고 고민하던 중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을 주제로 정하게 됐다. 특성화고교에 대한 편견과 좋지 않은 인식이 왜 생기게 됐는지 의문이 들어 주제로 정하게 됐다. 올해는 다른 친구들과 팀을 이루게 됐는데 지난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갖게 된 '지역사회 고졸취업'에 대해 연구할 예정이다.

▷윤지아: 포럼을 통해 연구하기 전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공부도 하지 않고 불량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특성화고 학생들과 선생님을 만나 조사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히려 내 자신을 돌아보며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신진경: 논문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 봤는데 논문 쓰기에 대한 절차와 조사방법 등을 배워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고, 지역사회에도 학생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제도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서영: 고등학생 때 논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전교생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이렇게 자세하고 꼼꼼하게 배우긴 어려운데 좋은 경험이 됐다. 학교 수업 등 교과를 소화하느라 여가 시간이 부족해 다 같이 모이기가 어려워 처음에는 그런 부분에서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이 조사할 부분과 함께 진행할 부분을 조율하면서 연구를 마칠 수 있었다.

▷마지우: 원주에 살지만 원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역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결속력을 갖게 됐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연구를 도와주신 교수님, 장학사님 등 전문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청소년포럼을 통해 그러한 기회를 얻게 됐다. 우리가 연구한 주제처럼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을 배운 점도 좋았다.
 

"지역의 어른이라면 해야할 일"

지역사회 의제, 갈등문제 조사·연구하며 대안 찾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 길러

▲ 김남형(윗줄 오른쪽 두번째) 연구원과'원주지역 멸종위기종'에 대해 연구한 강원과학고 팀원들은 지난해 홀로세국립연구소를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멘토로 참여하는 김남형 (사)기후변화교육연구센터 연구원은 제1기 멘토 그룹 가운데 청소년포럼 참가자들이 가장 선호한 멘토로 평가됐다. 김 연구원은 원주지역 멸종위기종 및 생태통로, 원주천에 대해 연구한 3개 팀의 멘토로 활동했다.

연구기간 동안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을 활용해 팀별로 3차례 가량 현장 답사를 함께 다니며 지도하고, 연구를 도왔다. 자신의 차로 답사지를 방문하고, 사비로 점심과 음료를 사주며 조사·연구에 동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청소년들이 지역의 문제를 갖고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 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지원을 결정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사회가 청소년 때 사회적 의제, 갈등 문제에 대해 관심 갖고 해결방안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들이 지역의 문제를 끄집어내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국 문제해결 능력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멘토라는 게 지식 일부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지 별다른 게 아니다. 지역에 있는 어른이라면 해야 하는 일"이라며 "지역의 많은 전문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해주길 바라고, 멘토 그룹을 넘어 지역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구성돼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소년포럼 멘토 그룹: 고상백 연세대 교수, 최흥식 상지대 교수, 구자건 연세대 교수, 김응석 기후변화대응교육연구센터 센터장, 이상돈 강릉원주대 교수, 이경애 강원도원주교육지원청 장학사, 김남형 (사)기후변화교육연구센터 연구원, 장철교 상지여고 교사, 이재영 상지영서대 교수,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한영애 연세대 교수, 김영태 전 원주시 환경과장, 김근한 선진환경 사장.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