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윤 판부면 서곡4리 이장

이장·마을만들기 추진위원장 등 마을발전에 앞장
김정윤(58) 판부면 서곡4리 이장의 별명은 '후세인'이다. 원주 시내에서 생활하던 그가 고향에서 터를 잡으려고 들어온 순간 이라크 전 대통령 후세인이 됐다. 이장으로서 마을발전이나 주변 환경정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이를 후세인처럼 추진력있게 밀고 나가니 주민들이 지어준 애칭이다. 별명은 무시무시하지만 주민들은 마을에 대한 열정에 감동해 그의 말에 동조하고, 응원하고 있다. 

김 이장은 서곡4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까지 마을에서 자랐지만 가정사정 때문에 충북으로, 다시 원주 도심으로 이사를 해 수십년을 살았다. 워낙 호방하고 추진력있는 성격이어서 서곡4리에 들어오기 전에도 주류회사 전무와 레스토랑 사장 일을 하곤 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중 고향 후배가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 서곡4리로 다시 온 계기가 됐다. 11년전 마을로 이사했다는 김 이장은 "마을길은 좁고 용수골에 피서를 즐기려는 차량들은 많아, 교통혼잡으로 마을이 골머리를 앓았다"며 "손님들이 백운산에서 버리는 쓰레기도 한달에 수십톤 가량 돼 이를 바로 잡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이장의 후배가 그에게 고향 사정을 이야기했는데 김 이장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흔쾌히 교통봉사와 환경지킴이를 자청하며 마을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안돼 사업을 접고 고향에서 식당을 내게 됐고, 주민들의 권유에 따라 마을 반장은 물론 이장까지 맡게 됐다. 

서곡4리 이장, 용수골 꽃양귀비축제추진위원장, 원주서곡 용수골마을 창조적마을만들기 추진위원장, 판부면 이장협의회장 등을 맡고 있는 것도 신속하게 밀고 나가는 그의 추진력을 주민들이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을 일도 그의 성격대로 뚝심있게 한다. 11년전 서곡리에 들어와 반장 직을 수락할 때 그는 자신의 원대로 마을을 꾸려가겠다고 주민들에게 공표했다. 마을을 조금만 가꾸고 깨끗이 하면 전국에서도 소문난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 분명한데,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워 했기 때문이다. 

반장이 되자마자 집집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달라고 독려했고 일부 주민들이 분리수거나 청소를 게을리하면 마을 방송을 활용해 일일이 지적했다고. 누구 집에 숫가락 하나 젓가락 하나 까지 꿰뚫고 있으니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몰래 버리려고 시도해도 그의 레이더에 금새 발각됐다. 이러한 일이 반장때부터 이장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십수년간 이어졌으니 주민들은 그가 마이크 잡는 날이면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떠올린다고 했다.

주민들에게도 그러했는데 이웃 마을에서, 또는 외지인이 동네를 어지럽히는 것은 그에겐 용납 못 할 일이었다. 서곡저수지는 낚시꾼들이 자주 쓰레기를 어지럽히는 장소인데 그런 일을 볼 때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를 저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김 이장의 잔소리를 귀찮아 했지만, 마을이 점점 깨끗해지는 것을 실감하자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 푼 두 푼 갹출해 그에게 오토바이를 선물한 일도,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밤낮 마을 일을 마다않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마을 환경지킴이 뿐만아니라 마을발전에도 그는 한 역할을 한다. 한동안 마을 내부 사정으로 중단된 꽃양귀비축제도 그가 이장 일을 맡으면서 재개될 수 있었다. 김 이장이 서곡리에 이주한 전문가와 지식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고 자기 자신도 마을 유휴지를 개간해 관광객들이 용수골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도록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지난 6일에 끝난 제9회 용수골 꽃양귀비축제는 1만5천명의 인파가 다녀갔다. 이는 축제 개최 후 가장 많은 인파였다. 

김 이장의 서곡4리는 정부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에 도전했는데, 선정되면 서곡4리 일대가 걷기 좋고 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서곡리 마을이 주민들이 합심해 살기 좋은 마을로 변모하고 있다"며 "마을 이장으로서 앞으로 더욱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