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인건강관리실 운영비가 작년 부터 끊겨 폐쇄된 상태이다.

신림면 황둔1리에 농업인 건강관리실이 설치된 건 지난 2000년이었다. 정부는 농업인들이 영농활동 과정에서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도록 3천만원을 투입해 찜질방, 샤워실, 체력단련실, 탈의실 등을 갖춘 건강관리실을 설치했다.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황둔1리에는 대중목욕탕이 없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운영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건강관리실이 폐쇄돼 현재는 방치되고 있다. 황둔리 주민들은 "등록인원이 많을 때는 100명이 넘었고 주로 노인들이 이용했다"며 "찜질방을 운영하면 겨울철 전기세가 40만~50만원 나오는데 노인들이 전기세를 마련할 길이 없어 폐쇄했다"고 전했다. 

원주에는 지난 1997년부터 모두 19곳에 농업인건강관리실이 설치됐다. 그러나 현재 운영되는 곳은 6곳에 그치고 있다. 정부와 원주시는 농업인건강관리실 설치비로 7억5천220만원을 투입했지만 이중 3억원만 목적대로 쓰이고 있어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 원주시농업인건강관리실 사용현황

운영비 중단, 정부 지침 
농업인건강관리실 지원범위에 운영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당초 취지는 기존 건물에서 농업인들이 찜질방과 샤워시설, 체력단련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설지원을 하고 향후 5년간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후에는 건강관리실이 소재한 마을에서 스스로 운영해야 한다. 자립운영이 가능한 마을에서 건강관리실 설치 사업을 신청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검토해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농업인건강관리실은 경쟁률이 5~7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농촌마을에서는 관심이 많았다. 사업에 선정된 마을에서는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값싼 에너지였던 심야전기를 대부분 사용했다. 원주시는 법적 지원기간 이후에도 건강관리실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별도 지침을 마련하고 운영비를 지원했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한국전력이 심야전력 요금을 동결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심야전력 공급으로 인한 적자폭이 커지자 한국전력은 지난 2006년부터 심야전력 요금을 인상했고, 현재는 건강관리실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요금이 오른 상태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당초부터 건강관리실 운영은 주민들 몫이었다"며 "원주시에서 언제까지 운영비를 지원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원주시가 운영비 지원에 난색을 표할 때쯤 국회에서 총리령, 장관부령에 의거하지 않은 지자체 운영비 지원을 금지하는 법령이 통과돼 2015년부터 건강관리실 운영비 지원이 끊겼다. 

▲ 체력단련실과 찜질방, 샤워실, 탈의실을 갖췄지만 활용을 못하고 있다.

골칫거리 전락 
농업인건강관리실은 동절기의 경우 전기세, 수도세, 관리직원 인건비 등으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이 소요됐다. 농촌마을 주민들로서는 부담이 커 결국 건강관리실을 폐쇄할 수 밖에 없었다. 지역 시의원이나 국회의원에게 운영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폐쇄했어도 건물 유지보수를 위한 관리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고용하지 못하다보니 일부 건강관리실은 기물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황둔1리 건강관리실은 입구 계단부터 내부 문고리까지 파손 정도가 심하다. 호저면 무장2리도 4년 전 화재가 발생해 폐쇄했다가 최근 사무실로 이용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건강관리실을 운영하는 곳도 불만이 높긴 마찬가지다. 한강상류지역에 위치한 부론면 단강1리는 매년 한강수계기금을 지원받아 마을 소득사업과 복지사업에 활용하고 있는데, 건강관리실에 투입되는 비용이 많아 불만이다. 

▲ 관리 부재로 내부 기물이 파손된 사례도 있다.

건강관리실 활용방안 강구해야 정산3리도 송전탑 인근 주민에게 제공되는 지원금으로 건강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다. 정산3리 주민은 "지원금은 송전탑 주변 700m 이내 주민들의 소득사업이나 복지사업으로 써야 하는데 건강관리실에 대부분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론면 노림1리는 비닐수거 사업을 통해 겨울에만 운영하고 있으며, 반곡관설동 8통과 판부면 서곡4리는 마을 주민들이 돈을 걷어 사용한다. 이들은 원주시 지원이 재개돼 마을기금이 당초 목적으로 활용되길 원하고 있다. 

이 사업 주무부서인 원주시 농촌자원과는 농업인건강관리실이 경로당 자산으로 흡수돼 운영비가 지원되길 바라고 있지만 건강관리실은 경로당 시설이 아니어서 불가능하다. 경로장애인과 관계자는 "건강관리실은 노인복지법 상 경로당 시설이 아니다"라며 "경로당 지원도 한계가 있어 경로당 자산으로 흡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문막읍 동화3리와 귀래면 운계1리는 마을발전기금으로 상시 운영하고 있다. 귀래면 운계1리 이장은 "그동안 모아 놓은 마을발전기금을 운영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귀래면에 있던 건강관리실이 대부분 폐쇄되고 한 곳만 남아 면민들의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다니엘·김민호·박동식·한미희 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