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2월 열린 '대장 이·취임식 및 송년의 밤' 행사 때 한 자리에 모인 단구동 자율방범대 대원들.

원주에는 25개 읍면동에 36개 자율방범대가 활동하고 있다. 마을 치안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가며 봉사하는 말 그대로 '마을지킴이'로 불리는 이들이다. 그 중에서도 단구동 자율방범대(대장: 원태식)의 활동은 유별나다.

자율방범대 본연의 임무인 방범순찰 외에도 지역 청소년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음란광고물 수거 활동 등 환경정비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부터 산불예방 활동, 등산로 정비, 독거노인 집안청소, 태극기달기 운동, 환경정화 등 '우리마을'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는 법이 없다.

1993년 창설…단구동 치안의 한 축

단구동 자율방범대는 1993년 창설, 2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00년 단구동 자율방범대, 단구동 청장년자율방범대, 한일아파트 청장년자율방범대를 통합하고, 2006년 또 다시 단구동 청장년자율방범대와 단구동 자율방범대가 통합해 현재의 단구동 자율방범대가 탄생했다.

단구동 치안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단구동 자율방범대는 헌신과 봉사정신을 통해 채워진다. 30대부터 50대 후반까지 40여명으로 구성된 대원들은 자신의 시간과 신체적 편안함을 반납하고 기꺼이 '봉사'를 선택한 이들이다.

원태식 대장을 중심으로 대원 모두가 형님·동생같이 혈육의 정을 느끼는 정감 넘치는 하나됨을 보여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율방범대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신뢰감과 유대감, 친밀감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청소년들의 경찰관 꿈 지원

단구동 자율방범대가 전개하는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유독 애정을 갖는 사업이 있다. 바로 미래 경찰관을 꿈꾸는 지역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2013년 대성고등학교 방범동아리 '대성포돌이'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이 그 시작이다. 올해로 4년째 대원들이 학생들과 조를 이뤄 매달 둘째·넷째주 화요일과 목요일 합동순찰, 환경정화, 불법·음란광고물 수거, 산불조심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한다. 여름방학에는 경찰서 종합상황실 견학, 응급처치 교육 등을 실시하고, 합기도체육관을 운영 중인 김기철 사무장이 직접 무술을 지도하는 등 재능기부 형식으로 학생들의 진학 준비를 돕고 있다.

원태식 대장은 "순찰활동이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밤9시부터 이뤄지기에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순찰이 끝나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등 학생들의 부모 입장에서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진광고등학교 방범동아리 '떡잎' 회원들도 함께하기로 했다. 6월 중 발대식을 가진 뒤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음란광고물 수거…자정 노력 귀감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음란광고물 수거작업도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활동 중 하나이다. 선정적인 문구로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도심 미관을 저해하는 음란광고물의 폐해에 주목한 대원들은 순찰활동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음란광고물을 모두 거둬들이고 있다.

음란광고물은 쉽게 뗄 수 없도록  손이 닿지 않는 위치에 부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원들은 직접 장비를 제작해 제거에 앞장서는 한편, 불법현수막 수거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3개월간의 집중 수거활동 기간을 포함해 그동안 대원들이 수거한 음란광고물은 500여개, 벽보형 광고물과 불법 현수막은 2천개에 달한다.

이들이 시작한 작은 노력이 우리가 사는 지역공동체를 더 맑고 더 밝게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든든한 우군 '방사모'와 '방사협'

대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모임이 두 곳 있다. 대원 부인들의 모임인 '방사모(회장: 안순덕)'와 15년 이상 자율방범대 활동을 한 선배 대원들의 모임인 방사협(회장: 김길선)이다.

대원들은 방사모를 '방범대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하지만 정작 방사모 회원인 부인들은 '방범대원 사모님들의 모임'이라고 냉정하게 선을 긋는다. 하지만 서로를 든든한 우군으로 여긴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원 대장은 "40여명의 대원이 행사 때는 80여명으로 늘어난다"며 방사모 활동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대원들이 순찰차량 구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자회를 개최하거나 경로잔치를 열 때 방사모의 진가는 드러난다. 각종 단체의 행사나 체육대회 등에 사용할 도시락을 주문받기도 하는데, 방사모 회원들의 솜씨가 워낙 뛰어나 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효중 부대장은 "순찰이나 마을 일을 이유로 틈날 때마다 집을 비우는 남편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을만도 하지만 마을과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을 이해하고 적극 지원하는 최고의 조력자들"이라고 평가했다.

선배 대원 8명으로 구성된 방사협 역시 대원들이 언제나 편히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후배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 물질·정신적으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봉사왕 칭호를 받은 박호선 씨 등은 방사협 소속이면서 야간 방범활동에 계속 참여하는 등 후배 대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원 대장은 "봉사도 개인이 혼자하면 쑥스럽고 미약하지만 단체라는 이름으로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충분히 체감했다"며 "워낙 벌려놓은 일이 많아 욕심내지 않고 현재 사업에 집중할 생각이지만 우리의 힘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단구동 자율방범대는 수시로 대원을 모집한다. 지역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마음의 준비가 된 지역주민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문의: 010-6341-8729(원태식 대장)

◇단구동자율방범대 대원명단
안상기 배상복 김형길 조건모 김영만 박순일 민병찬 오대경 김효중 류재원 김기철 원성현 신동현 박철권 안주성 김병도 김긍렬 박무용 최준식 최원석 박창호 조지희 이태욱 윤성상 손병연 원태식 박호선 정봉식 정용이 구자열 추성천 김기훈 김길선 김종수 김흥남 박영록  윤석안 장병우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