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구초교 앞에 설치된 안전보행시스템. 횡단보도 안전차단기는 원주경찰서 요청에 따라 이미 철거된 상태다(좌), 단관초교 앞 도로 중앙선에 설치된 LED안전볼라드가 뽑힌 채 방치돼 있다(우).

원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어린이보호구역 안전보행시스템이 결국 예산낭비 사례로 전락했다. 도로교통법상 규정되지 않은 시설이며, 보행자 및 운전자에게 오히려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유지·보수비를 투입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원주시는 2012년부터 안전보행시스템을 설치해 2014년까지 9개 초등학교에 설치했다. 사업비는 도비를 포함해 12억3천400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단관초교와 단구초교 앞 안전보행시스템은 시설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다.

중앙선 또는 인도와 맞닿은 차선에 설치한 LED안전볼라드는 뽑혀 있거나 기울어져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횡단신호에는 차량 운전자가 보는 신호와 동일하게 적색 불이 들어와야 하지만 녹색등이 켜져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나 원주시는 안전보행시스템을 보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안전보행시스템 사업으로 설치한 시설물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부속물'로 규정되지 않아 보행자 또는 운전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도로교통공단은 도로교통법에 규정되지 않은 시설 설치를 지양하고 있으며, 경찰 역시 안전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안전보행시스템 시설물 중 횡단보도에 설치했던 횡단보도 안전차단기는 올해 초 모두 철거됐다. 원주경찰서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해 원주시와 각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운영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원주경찰서 관계자는 "횡단보도 안전차단기는 녹색 보행신호에 열리고 적색 신호에 차단기를 내려 보행자 횡단을 막는 역할을 한다"며 "천천히 작동해야 하지만 오작동으로 빠르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보행자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중단 요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최근 외국에서 안전차단기 오작동으로 어린이가 차단기에 맞고 장애를 입은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원주경찰서는 LED안전볼라드도 운전자 시야를 분산시켜 전방 주시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사업을 진행할 당시 허가 또는 점검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당시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도로교통법에 따라 오히려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더 이상 예산을 들여 시설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작동이 제대로 작동되는 시설을 전부 철거하기는 어렵고 고장이 나는대로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