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판화를 통해 동양문화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는 제7회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가 오는 27일과 28일 이틀간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에서 열린다. 전시, 학술대회, 전통판화시연,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기획으로 진행된다. 

가장 주목받는 행사는 '동양문화의 뿌리'를 주제로 중국 연화(年畵) 판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이다. 27일부터 내달 2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국 연화 2천여점 중 엄선한 100여점을 선보인다. 

세화(歲畵)라고도 불리는 연화는 섣달그믐에 만들어 붙이는 그림으로 1년이 지나면 대부분 태워버려 희소성이 크다는 게 박물관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는 한선학 관장이 최근 중국 베이징 고미술상에서 구입한 기독교 연옥도 연화 판화인 '연령잠고(煉靈暫苦)'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가로 66㎝, 세로 130㎝ 대형 채색판화인 연령잠고는 '연옥의 영혼이여, 고통은 잠깐이리라'는 뜻이다. 청나라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변발을 한 중국인들이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있는 천국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한 관장은 "연령잠고는 근세 유럽 서양화가가 그린 연옥도와 구도가 비슷하다"며 "천주교가 중국 민중 속으로 뿌리 내리고자 부단히 노력하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서, 중국 판화사에 이정표가 될 만큼 귀중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특별전에는 연령잠고 외에도 근대 톈진과 베이징 등 중국의 모습을 담은 목판화 부채가 처음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밖에 불교·유교·도교 등 종교연화와 세계적으로 200여점만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소주(蘇州·쑤저우)연화 등 세계 판화사를 풍성하게 할 100여점의 주요작품이 전시된다.  

세계고판화문화제 기간에는 중국 연화가 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국제 학술대회가 열린다. 중국연화 최고학자인 중국 중앙미술학원 보송년 교수를 비롯해 천진미술학원 강언문 교수, 타이완 야영지 교수, 일본 나라대학 나가이 교수, 임명관대학 가네코 교수 등 중국과 일본의 대표 학자들을 초청하며, 국내에서는 한 관장을 비롯해 정병모 교수, 남권희 교수 등이 참여한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타이완의 전통판화 장인들을 초청해 아시아 전통판화 제작 과정을 직접 시연한다. 이와 함께 27일부터 내달 25일까지는 '중국 연화와 함께하는 템플스테이'가 열려 전통 판화를 직접 제작해보는 체험기회도 제공한다. 

한 관장은 "특별전과 학술대회, 시연회 등을 통해 세계 고판화의 주요한 축인 동아시아 고판화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충주 술 박물관의 우리 술 체험 시연 및 베트남 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와 원주한지, 황둔 찐빵, 감악산 곰취 등 지역 농산물 판매코너를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지역문화관광축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761-7885(고판화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