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에 있던 아날로그 극장 4곳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카데미 극장.    사진: 한미희 기자

평원로 아카데미 극장을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생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주극장, 시공관, 문화극장 등 1950~1960년대 문을 연 아날로그 극장 중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아카데미 극장이 다시 그 가치를 찾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용정순 시의원은 지난 9일 시의회 5분 발언에서 "아카데미 극장은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이전 원주시민들의 유일한 문화생활 공간이자 역사·문화·공간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아카데미 극장을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재생하자"고 제안했다.

시대 흐름에 밀려 폐관됐지만 근현대 건축물로서의 가치와 과거 시민 문화 향유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에서 지역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이어갈 상징물로 재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에서는 80년대부터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 공장, 방앗간, 양조장 등을 활용한 다양한 성공사례가 있다"고 언급한 용 의원은 "원도심 공간에 남겨진 역사적·문화적 유휴 공간을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가진 창조적 공간으로 활용하게 되면 공동화를 방지하고 생활에 활력을 부여하는 등 도시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날로그 극장을 재생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원주에 복합상영관이 들어서면서 아날로그극장 4곳이 모두 폐관되자 지역 문화계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기존 극장을 매입해 공연장과 전시실을 갖춘 복합 레지던시 시설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됐다. 

원주시도 시공관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근대문화유산인 조선식산은행을 근현대역사관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매입 협상의 어려움으로 무산된 바 있다. 원도심 근현대 건축물을 재생하자는 제안에 원주시가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아카데미 극장의 경우 소유주가 6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매입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게 원주시의 설명이다. 최성천 원주시 문화예술과장은 "공연장, 레지던시 시설, 복합문화공간 등 근현대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우선 아카데미 극장을 포함해 원도심 근현대 건축물을 대상으로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용역을 실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추진방침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카데미 극장이 폐관 후 장기간 방치되고 있지만 지난 연말 추억 속으로 사라진 문화극장처럼 소유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철거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용 의원은 "아카데미 극장을 곧 허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마음을 급하게 한다"며 "시공관과 문화극장을 통해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오랜 세월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건물 자체가 갖는 근현대 유산을 잃은 것 이상의 큰 상실과 아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