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소스를 접목한 된장목살스테이크.

스테이크가 된장소스를 만나고, 피자에 쪽파를 올린 이국적이면서 한국적이고, 한국적이면서 이국적인 퓨전 레스토랑 '아담(대표: 오준영)' 앞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피자 등의 이태리 음식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토속적인 재료를 노골적으로 사용했다. 이곳에 가보지 않았을 때는 웬만한 용기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재료의 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를 살피며 된장소스를 스테이크에 올린 '된장목살스테이크'가 가장 염려스러웠지만 '이왕에 왔으니 과감하게 선택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곧바로 주문했다.

돼지고기 목살을 그릴에 노릇하게 구웠고, 푸른 새싹채소와 함께 브로콜리와 버섯, 단호박을 구워서 곁들였다. 브로콜리는 굽는 바람에 단맛이 잘 살아났고, 버섯은 쫄깃하다.

조금 더 속을 들썩이면 나오는 양상추는 특유의 아삭한 식감이 상큼하다. 샐러드로 살짝 입가심하고 된장소스를 올린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잘랐다.

모르고 먹으면 전혀 된장 느낌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된장 존재감이 없다. 된장 맛을 내지 않으면서 기운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간을 잘 맞춘 볶음밥도 스테이크 옆 자리를 차지했다.

아담의 메인 쉐프 오준영(26) 대표는 "된장소스가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스테이크 맛을 살리는 주효한 역할을 했다"며 "메뉴를 개발했을 때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 겁이 나기도 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마다 된장목살스테이크가 하나씩 올라가 있다. 그리고 파스타나 피자, 샐러드를 테이블 중간에 놓고 함께 먹는 모습에서 이것저것 다양한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었다.

오징어와 새우 살, 떡, 그리고 쪽파를 토핑으로 올린 피자 또한 매력적이다. 얇거나 두껍지 않은 도우가 바삭하고 피자와 파전을 동시에 즐기는 맛이다. 간장과 매운 고추로 맛을 낸 소스가 피자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치즈 고유의 고소함은 살리고 느끼함을 없애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오 대표는 식당을 오픈하기 전 주로이태리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을 했다. 그래서 음식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그러다보니 손님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퓨전 레스토랑을 계획하게 된 것도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작용했다.

오 대표를 비롯해 아홉 명이 젊은 친구들이 주방과 홀을 들락거리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단정한 복장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보인다.

이름처럼 아담한 공간에 캘리그래피 액자가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고, 손님들이 남긴 짧막한 포스트 잇 등 이야기 거리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욕심 부리지 않은 테이블 배치이다. 중간을 텅 비워놓고 양쪽으로 테이블을 놓아 생긴 여백 때문에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 메인쉐프 오준영 대표(왼쪽에서 두번째)와 직원들.

▷메뉴: 된장목살스테이크·맵닭스테이크(1만6천원), 등심스테이크(1만9천원), 들깨크림파스타(1만1천500원), 시골할매리조또(1만1천500원), 해물파전피자(1만3천원), 우리집샐러드(6천500원), 2인세트·4인세트(합산가격의 5% 할인) 등
▷위치: 봉화산택지(삼천교회와 백간공원 사이)
▷문의: 743-0219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