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에서 단연 독보적으로 소비하는 문화활동이 영화관람이다. 명절연휴나 방학 때면 온갖 매체에서 개봉작을 알린다. 영화관람 비용도 보통 1만원이다. 이 1만원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큰 부담없이 지불한다.

영화 제작비도 100억이 넘는 것이 보통이고 관객도 천만 명이 넘게 본 영화들이 일 년에 한두 편 넘게 나온다. 5명 중 1명은 봤다는 얘기다. 그러면 같은 1만 원 정도의 연극관람비는 영화관람비와 견주어 비싼 것일까, 아닐까? 

지역의 문화예술활동을 보면 전시, 공연, 축제 등의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나마 전시나 축제의 경우 입장료가 거의 없다. 비용을 내고 봐야 하는 문화예술활동은 공연예술이 대부분인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연극이다. 특별히 외부 초청작품이 아니면 1만원의 비용으로 지역 연극인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그러면 1만원의 관람비용으로 지역의 연극인들은 창작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연극 제작비는 그야말로 초라하다. 지역극단의 재정적 한계도 그러하지만 연극인들의 삶을 유지할 비용조차 만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연극 한편의 출연자는 모노드라마처럼 1명부터 많게는 7~8명이다. 이들이 연극 한 편을 올리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두어 달은 걸린다. 대부분 연극인은 이런 현실 때문에 전업으로 활동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한 시간 남짓의 연극을 만들어내기 위해 창작자가 들이는 시간은 계산할 수 없다. 단 몇 분의 장면을 위해서도 고심하고 고심한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회화작가가 작업에 들어가면 한 달도 안 돼 작품을 그리기도 하지만 작품 구상에 걸리는 시간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작가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반문해보고 그러면서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전시회에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작품을 판매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작품을 산다고 하면 작가가 기분나빠하지 않을까 조심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어떤 작가의 경우 아예 작품을 판매하지 않기도 한다.

사실 예술작품은 창작의 산물이기에 그 값을 매기는 것이 어렵다. 그렇지만 관객이 없는 작품은 의미가 없기에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소장자가 나타난다면 작가는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내어줄 것이다. 

시민들이 지역 작가를 바라보지 않으면 지역의 문화예술은 꽃피지 않는다. 시민들이 지역의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관심을 두고 바라본다면 지역의 예술가들은 열의를 다 할 것이다.

특별히 뛰어나지 않은 외부작품에는 몇 만원의 관람비를 지불하지만 지역 공연에는 1만원도 아까워한다면 원주의 미래는 어둡다. 1만원의 영화관람 비용이 아깝지 않다면 1만원의 공연관람 비용을 아깝게 생각지 말고 기꺼이 함께 하였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느끼지 못하는 현장의 숨결을 공연에서는 맛볼 수 있으니까. 전시회에서 맘에 드는 작품을 보았다면 작가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해 보라. 작가들도 흔쾌히 응하리라고 생각한다. 

조금 아쉽다면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서로가 다른 곳을 보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욕구에 맞는 문화예술을 찾고 있지만 상업성과 유명세에 매달리는 것 같고, 지역의 예술인들은 창작에 열을 올리지만 소통하는데 미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이 지역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작가들이 원주를 그리고, 이야기하고, 표현한다면 훨씬 가깝게 문화예술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원로작가 이재걸 선생의 특별전은 생각해 볼 바가 있었다. 개막전에 오신 분들 중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이재걸 선생의 작품 앞에서 아련한 추억에 잠겼다.

도시가 커지고 개발되면서 사라져버린 60,70년대 원주의 모습이, 선생이 평생에 걸쳐 그린 회화작품 속에 생생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이 원주에 있다는 것도 우리 원주의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 이재걸 선생이 평생에 걸쳐 그린 작품 4천여점은 원주역사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이상훈 시인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