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치악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각 정당의 개표참관인들이 개표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원주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초박빙의 경합을 벌인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혔다. 1천표 미만의 표차를 보인 전국 13곳 선거구 가운에 원주갑·을 선거구 모두 포함됐다. 그만큼 개표소 현장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개표가 진행될 수록 긴박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개표는 지난 13일 오후6시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시작돼 다음날인 14일 새벽4시35분이 돼서야 마감됐다. 장장 10시간30여분에 걸친 숨가쁜 레이스가 이어졌다.

원주시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위원과 공무원 등 개표사무원 및 협조요원 300여명이 투입됐으며, 각 정당의 당원 등 47명이 개표참관인으로 참여했다.

개표 시간이 되자 원주지역 84개 투표소에서 수송된 투표함이 차례로 도착했으며, 관내 사전투표소 25개소에서 나온 50개 투표함과 관외사전투표함(25개)까지 총 159개 투표함이 모아졌다. 

개표작업은 투표함에서 쏟아져 나온 투표용지를 수작업으로 가지런히 모으는 개함부를 시작으로 투표지분류기운영부, 심사·집계부, 개표상황표 확인부, 위원검열부를 거쳐 선관위 위원장 공표 후 중앙선관위에 결과보고 됐다.

투표용지가 훼손돼 있거나 정상적으로 도장이 찍히지 않아 투표지분류기가 분류하지 못하는 것 등 미분류표는 심사를 거쳐 유·무효 여부를 결정했다.

선거캠프, 개표소 실시간 연락

같은 시각 후보자별 선거사무실에서는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긴장감이 맴돌았다. 김기선(원주갑, 새누리당)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45.7%로 1위를 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2위인 권성중(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9%p의 크지 않은 차이를 보여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권성중 후보와 송기헌(원주을, 더민주당) 후보 진영은 출구조사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해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지만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이 앞서는 타 지역 결과가 발표될 때 마다 환호했다.

이강후(원주을, 새누리당)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45.8% 득표율로 송기헌 후보를 2%p 앞지르자 당선을 예감하는 분위기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개표가 시작된 후 후보자사무실에서는 방송으로 개표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한편 개표장에 개표참관인으로 나와 있는 당원을 통해 실시간으로 개표소 상황을 확인했다.

투표함이 50%이상 개함되고, 단구동, 반곡관설동, 무실동 등 몸집 큰 지역 투표함이 거의 다 열리자 개표참관인들과 취재·보도를 나온 언론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인구가 많은 지역의 개표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리거나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갑선거구는 단구동과 반곡관설동을, 을선거구는 무실동의 개표결과에 주목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갑·을 모두 더민주당 후보자에게 많은 표가 몰려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갑: 관외투표·무실6투표소 주목

김기선 후보는 권성중 후보를 꾸준히 앞서 당선을 확신했지만 밤9시 이후 우편투표전담부에서 나온 갑선거구 관외사전투표결과에서 1천100여표를 따라잡혔다.

개표현장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갑선거구 관외사전투표수는 5천900여표에 달했으며, 우편투표전담부의 경우 개표를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3시간이 넘어서야 한 개 선거구의 결과가 발표됐던 것이다. 

그래도 표차를 유지해 나간 김기선 후보는 막바지 개표시점까지 남아있던 무실동6투표소(무실동1, 29~32통 지역)개표결과에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5개 미만의 투표함 개표가 남아있어 많은 개표참관인이 투표지분류기운영부로 모여든 상황에서 인구가 많은 무실동6투표소 개표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김기선 후보가 권성중 후보에게 654표를 따라잡혀 표차는 200표 미만으로 좁혀졌다.

결국 갑선거구는 가장 마지막 남은 거소·선상, 그리고 국외부자재투표함까지 개표결과를 지켜봐야하는 긴박한 상황을 맞이했다. 새벽1시가 넘어서야 400여표가 들어있는 2개의 투표함이 열렸고, 지켜보는 이들에게 우편투표 개표의 수작업은 더욱 더디게 다가왔다. 결국 마지막 투표함 개표결과와 일부 남아있던 미분류표에 대한 심사를 마친 2시경에야 김기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을: 송기헌 당선인, 끈질긴 추격

이강후 후보는 단구동과 반곡관설동 개표결과 송기헌 후보에게 많은 표를 내줬지만 그래도 개표 중반까지 당선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두 개 동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강후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표가 점차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자 얘기는 달라졌다. 

송기헌 후보가 많은 표를 얻은 단구동과 반곡관설동에는 투표소가 각각 10곳과 7곳이 설치됐다. 투표함도 그만큼 많았기 때문에 두 개동의 개표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인구가 워낙 많은 지역이라 송기헌 후보는 한 개 투표함에서 수 백표씩을 한 번에 따라잡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을선거구는 앞서 갑선거구의 사례를 의식하고 관외사전투표에 주목했다. 을선거구 역시 관외사전투표함에 7천400여표가 들어있었으며, 갑선거구 결과를 볼 때 더민주당이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을선거구 관외사전투표 개표는 갑선거구가 마무리 된 밤10시경 시작돼 3시간 가량 소요됐다. 개표참관인들과 취재진이 모여 100장씩 나눠 묶는 투표용지 묶음을 눈으로 헤아리는 초집중의 시간이 이어졌다. 새벽1시경 나온 결과에서 송기헌 후보가 3천700여표를 얻어 이강후 후보를 1천300여표 앞서며 당선을 점쳤다.

적은 표차, '혼란'과 '신중'

갑·을선거구 모두 적은 표차를 보이며 판세가 엎치락뒤치락 한 탓에 개표참관인들과 취재진은 개표소 현장에서 혼란을 겪었으며, 그럴수록 선관위는 신중을 기했다.
이번 총선 개표진행이 타 지역과 비교해 늦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총선과 비교해 약 3시간가량 개표마감이 늦었다. 선관위는 그 이유로 '적은 표차'를 꼽았다. 

개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새벽1시경 개표결과를 실시간으로 집계해 나간 갑선거구 두 후보자 당원들 간의 수치 오차가 발생했다. 김기선 후보를 지지하는 새누리당 당원은 170여표 앞선다고 주장했으며, 권성중 후보 쪽 더민주당 당원들 역시 200표 이상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쪽 모두 계산이 틀림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권성중 후보 쪽이 보다 확신을 갖고, 김기선 후보 쪽이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권성중 후보 사무실에서는 당선 축하 세레모니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김기선 후보 당원들은 기자들에게 결과를 물어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관위는 권성중 후보 쪽 당원들의 이 같은 오차를 미분류표를 무시한 채 득표수를 합산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지분류기에서 확인한 득표수에는 미분류표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심사를 거쳐 유효가 인정된 미분류표가 더해져야 해당 투표소의 최종 개표결과를 확인 할 수 있다.

개표 초반에는 위원장의 공표를 통해 투표소별 최종 개표결과를 듣거나, 또는 심사를 거친 최종합계를 확인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급박한 상황 탓에 미분류표를 놓치는 모습을 더러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선관위는 표차가 적은 경우 다시 한 번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헤아리는 재작업을 진행했다. 표차가 적을 수록 1개의 오차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