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는 시민

김기선 당선자, 12개 지역 앞서고도 힘겹게 승리
송기헌 당선자, 단구동·반곡관설동에서만 앞서

지난 13일 투표가 종료된 직후 시작된 개표방송을 보느라 다음날 새벽까지 잠을 못이룬 시민이 많았다. 갑·을선거구 모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초박빙의 양자 대결구도로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출구조사 결과도 궁금증을 키웠다. 갑·을선거구 모두 새누리당 후보들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약 2%씩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차범위 내 접전이란 점에서 개표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총선은 본선주자들이 선거 한달 전 확정된 데다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 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때문에 여당 후보들의 '힘 있는 재선 국회의원'과 야당 후보들의 '현 정권 심판론'이 맞붙었다.

그런데 원주 표심은 힘 있는 재선 국회의원을 만드는 동시에 현 정권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심판함으로써 절묘한 균형을 이뤘다. 현 정권과 새누리당을 꾸짖으면서도 중단없는 발전을 요구한 셈이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야당 국회의원을 배출함으로써 원주의 정체성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갑선거구

새누리당 김기선 당선자는 현역 프리미엄에 강원도 국회의원협의회장과 강원도당위원장도 맡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무난한 재선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사)문막읍 번영회 현안대책위원회에서 김기선 당선자가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반대해온 전력을 문제삼으며 낙선운동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권성중 후보가 본격 선거운동에 뛰어들면서 전세는 판가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됐다. 권성중 후보는 젊고 참신한 이미지에 수년간 밑바닥 민심을 보듬으며 낮은 자세로 임해 유권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럼에도 권성중 후보의 결정적 패인은 낮은 인지도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5개 읍면동 중 14개 지역이 선거구인 데다 농촌과 원도심이 많아 인지도가 곧 지지도로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1%p의 차로 낙선한 것은 권성중 후보의 차기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을선거구 

4년만의 리턴매치로 진행된 을선거구는 사전에 2차례 진행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집계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새누리당 이강후 후보는 지난 4년간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사업 해결에 앞장선 성과를 제시하며 중단없는 원주발전을 역설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당선자는 "이번에는 저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시렵니까"라는 읍소 전략으로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했다. 또한 지역별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이강후 후보가 패배한 데는 반곡관설동과 단구동의 젊은 표심이 송기헌 당선자를 향했고, 관외사전투표에서도 송기헌 당선자가 압도적 우위를 점한 데 있다. 농촌지역의 경우 후보자가 사는 지역은 몰표를 던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강후 후보자가 거주하는 반곡관설동은 도시화 된 데다 혁신도시 이전기관 임직원들이 이주하면서 오히려 송기헌 당선자를 선택하는 결과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선거 종반전 이강후 후보가 구사한 네거티브 전략에서 패인의 열쇠를 찾는다. 이강후 후보는 선거 막판에 진행된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서 "송기헌 후보가 과거 원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아폭행사건의 가해자 변론을 맡았다"며 송기헌 당선자의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아파트 밀집지역, 더민주당 선택

이번 선거에서도 농촌지역과 원도심은 새누리당을 선택했고, 젊은 층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선거구에서는 14개 읍면동 중 12개 읍면동에서 김기선 당선자가 권성중 후보를 앞섰다. 하지만 무실동과 단계동에서는 권성중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특히 무실동의 경우 권성중 후보가 김기선 당선자를 2천표 가까이 앞섰다. 

을선거구에서는 송기헌 당선자가 11개 지역 중 앞선 선거구는 반곡관설동과 단구동 뿐이었다. 그러나 반곡관설동에서 1천800표 넘게 앞섰고, 단구동에서도 1천표 가까이 앞서면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또한 갑·을선거구 모두 관외사전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새누리당 후보들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투표성향은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판박이처럼 나타났다. 비례대표 투표결과 새누리당이 5만3천863표로, 전체의 36.7%를 차지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4만1천245표(28.1%), 국민의당 3만2천605표(22.2%) 순이었다.

그러나 반곡관설동과 무실동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표가 가장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표가 새누리당 표에 비해 반곡관설동에서는 679표, 무실동에서는 316표가 많았다. 또한 단구동의 경우 새누리당 표가 많긴 했지만 표차이가 적었다. 이와함께 관외사전투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표가 새누리당에 비해 많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14번을 받았으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가 13번까지 당선권에 들면서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