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무위당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단법인 무위당사람들'은 중앙로 밝음신협 본점 4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무위당 선생의 유품과 서화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무위당기념관과 방문객을 맞을 수 있는 접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무위당기념관은 2007년 경 처음 만들어 질 때엔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으로 방문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던 곳이 지금은 일년에 방문하는 사람들만 6천명이 넘고, 단체뿐만 아니라 개인이 방문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방문하기도 하고, 혼자서 배낭을 메고와선 기념관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들은 몇 종류 발간되지도 않았지만 무위당 선생의 일화가 담긴 책을 읽고 왔다거나 과거에 선생을 뵌 적이 있어 다시금 그 분을 느끼고 싶어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소초면 수암리에 자리 잡은 무위당 묘소를 찾아가려고 안내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을 따라 나가보면 깜작 놀라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묘소를 찾은 방문객이 '선생님을 늦게 알고 이제야 찾아 와서 죄송하다'며 머리 숙이는 것을 볼 때면 막상 원주에서 무위당 선생을 알리는 일을 하던 나 자신보다 더 깊은 애정이 있음에 부끄러워진다. 

흔히 '큰 사람은 자신의 동네보다 바깥에서 더 잘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속설이 원주에 적용되는지 몰라도 아직 많은 분들이 무위당 선생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간략히 소개해 보면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대성중·고등학교 초대 이사장으로, 신협운동과 우리나라 최초의 소비자 협동조합이라고 하는 원주소협의 창립, 그리고 단일 소비자협동조합 중에서는 가장 큰 60만 조합원을 가진 '한살림' 생협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무위당 선생은 소비자협동조합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명운동으로의 '한살림운동'을 펼치려고 노력하였다. 뭇 생명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만물이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깨닫는 삶을 말하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이 살아가는 풀 한포기의 생명력을 보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라고 자신을 꾸짖기도 하였다.

무위당기념관에는 무위당 선생과 함께 활동하셨던 어르신들이 마실 삼아 나온다. 무위당 선생의 친 동생분도 나오고, 자신의 출세 길을 마다하고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 선생 두 분을 모셨던 분도, 젊은 시기 무위당의 인품에 반해 평생 선생님으로 모시겠다고 결정하고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무위당 선생의 사업에 열의를 다하는 어르신도 나온다.

타 지역 태생이지만 70년대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 선생이 펼친 협동운동, 생명운동을 좇아 원주에 내려와 평생을 보내신 분도 계신다. 운 좋은 사람들은 기념관을 방문하였다가 산증인과도 같은 이분들을 만나 따뜻한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무위당 선생의 서화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 1월에는 전라도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도 '무위당 서화전'이 열렸다.

2009년 광주에서 처음 시작된 무위당서화전은 매년 개최돼 세종문화회관, 전주역사박물관, 청주국립박물관, 경산시민회관, 대구시립도서관, 강릉문화예술회관, 충주문화회관 등 15차례나 열렸다. 전시회에 오신 분들은 한결같이 이런 분이 계셨는지 몰랐다며 꼭 원주를 한 번 방문하겠다고 한다. 

최근에 경희대학교 철학과 전호근 교수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철학자 31분을 선정해 이들의 사상을 소개한 '한국철학사'라는 책을 펴냈다.

그 31분의 철학자 중에 현대철학의 최근 마지막 인물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알리고 있다. 전호근 교수는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좁쌀 철학자'이고 '말과 행동이 일치한 생활인의 스승'으로 무위당 선생을 소개하고 있다. 

어느덧 원주의 무위당 선생은 연구자들에 의해 한국의 위대한 철학자 중에 한 분으로도 생각되는 것이다. 경사할 일이다. 

이상훈 (사)무위당사람들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