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도범을 쫓아가 잡은 시민 임종요(오른쪽 첫번째) 씨와 김주현(왼쪽 끝) 군. 지난 25일 큰사랑약국 이명진 약사(오른쪽 두번째)와 실장 최윤정 씨는 절도범을 잡는데 도움을 준 두 시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원주지역 약국을 돌며 의약품을 훔친 절도범이 도주 과정에서 용감한 시민들의 손에 붙잡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달아나는 범인을 발견하고 끝까지 쫓았다.

최근 1개월 사이 약국 여러 곳을 돌며 의약품을 훔친 A 씨는 지난 15일 단구동 대신프라자 1층에 위치한 큰사랑약국(약사: 이명진)에서 덜미가 잡혔다. A 씨는 지난달 27일에도 해당 약국에서 의약품을 훔쳤다.

A 씨는 이명진 약사가 범죄 사실을 추궁하며 담당 형사에게 전화를 거는 사이 약국을 빠져나가 달아났다. 이 약사는 곧바로 쫓아나가면서 "도둑이야!"라고 외쳤고, 그때 길에 있던 청년 3명이 빠르게 도망치는 범인을 쫓기 시작했다.

이 약사는 "골목으로 도망친 범인은 건물을 돌아 큰길에서 잡혔는데 당시 시민들이 각자 다른 길로 범인을 쫓으며 몰아갔다"며 "그때 시민들이 쫓아가지 않았다면 범인을 놓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인을 따라가 잡은 시민 3명은 모두 젊은 청년들이다. 육군 2포병여단에 근무하는 김대현(22, 단구동) 하사와 김 하사의 동생 김주현(17, 영서고) 군은 당시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도둑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앞서 달리는 범인을 쫓기 시작했다.

김주현 군은 "가운을 입은 약사가 소리치는 걸 보고 형과 함께 쫓아갔다"며 "범인이 우체국 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범인을 따라갔고, 형은 다시 돌아 내려올 것을 예상해 건물을 통과해 뛰었다"고 말했다.

김 하사 형제가 범인을 쫓기 시작한 뒤 상황을 목격한 또 다른 시민 임종요(21, 단구동) 씨 역시 범인이 큰 길인 서원대로로 도망쳐 내려올 것을 예상하고 건물 사이 골목으로 뛰었고, 잠시 후 예상대로 마주친 범인을 잡아챘다. 

임 씨는 "범인의 멱살과 가방을 동시에 잡아 세우자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우겼다"면서 "그래도 앞서 뛰어간 사람이 없었기에 의심이 돼 놓지 않았는데 그 사이 먼저 범인을 쫓던 두 사람이 뛰어오며 범인이 맞다고 설명했다"고 상황을 말했다.

범인은 현장 근처에 잠복하고 있다가 뒤따라 쫓아온 경찰에게 인계했다. 원주경찰서 강력계 이승찬 형사는 "범인이 절도를 범했던 약국에 재방문할 것에 대비해 인근에 형사 2명이 잠복하고 있었다"며 "시민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약사는 지난달 판매하지 않은 의약품이 없어진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으며, 원주시약사회에도 CCTV에 찍힌 A 씨의 모습을 공유한 바 있다.

원주시약사회가 피해상황을 종합한 결과 A 씨는 약국을 돌며 특정 제약회사 제품 3종류를 훔쳤으며, 해당 제품들은 모두 상자 크기가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고 가격은 3만~5만원 대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원주지역 약국 7곳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훔친 의약품을 온라인 등에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물건을 매입한 사람들을 추가 조사하는 등 의약품 불법 유통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약사는 "의약품 불법 유통으로 이어진 것을 볼 때 범인 검거가 시급했다"며 "많은 약국이 피해를 본 상황에서 용감한 시민들 덕분에 범인이 잡혀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