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삶의 터전인 마을없이 행복하기 어렵다. 인간의 상호의존관계는 필요의 차원이 아니라 본능적인 결합욕구이다. 마을공동체는 바로 그 기반이다.

세습적 자본주의와 격차사회에서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 가족을 잉태하고 있는 곳이 마을이다. 그 마을이 과학기술 발전과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이중 삼중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도시는 도시대로 지역정체성 약화로 위기다. 농촌은 많은 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이미 공동화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원주는 도농복합시로 이러한 문제를 더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기업도시 혁신도시로 인구가 늘어나고, 강릉-원주, 여주-원주 전철 광역교통체계의 발전 등은 향후 이러한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고민 속에 우리 전통적 사회를 대변하는 핵심가치인 봉제사(奉祭祀) 접빈객(接賓客)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이 가치는 단순하게 제사지내고 손님을 접대한다는 의미 이상을 내포하고 있다.

아마 마을 터전을 지켜낸 조상들의 음덕을 봉제사하면서 가족과 이웃 간에 조상들을 함께 추억하고 새로운 삶의 지혜를 짜내자는 것 아니였을까? 마을터전을 지켜낸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면서 그 마을을 찾는 외부 손님들까지 존중하는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 아니였을까? 과거 종족마을에 종가댁을 중심으로 이러한 전통적 가치를 발전시켜 마을 터전을 지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자의 근자열(近者悅) 원자래(遠者來)라는 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의미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지역, 어떤 마을이든 그 곳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터전의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해 더 귀중한 가치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 행복할 때, 먼데 있는 다른 마을 사람들까지 찾아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이나 지역내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봉제사는 마을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 잘사는 방법을 찾았던 조상들의 지혜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미래의 가치를 리더와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외부 고객이 믿고 대가를 지불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마을 공동체 사업의 핵심이다.

마을리더는 구성원들이 함께 꿈꿀만한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노력을 통해 농촌 농업문제를 해결하고 잘 사는 마을들이 전국에 많이 있다. 강원도에도 마을상품을 만들어 주민들의 소득을 창출하고 행복하게 하는 스타마을들이 있다. 국회의원들처럼 권력을 갖지 않은 이장·통장·반장 등 마을 리더들이 주민들과 함께 피 땀흘려 만들어낸 결과다. 

마을을 확대하면 지역, 시·군자치단체, 시·도, 국가조차도 규모만 다르지 잘사는 원리는 동일하다. 훌륭한 리더와 구성원간에 사회적 자본인 신뢰관계가 쌓이고 외부고객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만들면 그 지역이나 국가는 더 발전해 잘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마을, 내가 살고 있는 원주의 봉제사 접빈객은 무엇일까? 근자열 원자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20대 총선을 앞두고 원주의 봉제사 가치와 상품, 우리를 행복하게 할 근자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올바른 정치리더는 누굴까? 

조선 500년간 관찰사가 있었던 곳, 신라시대 북원경을 중심으로 정치의 중심지였던 곳, 경주를 제외하고 불교문화유산이 가장 많았던 곳, 원주는 봉제사의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이를 잘 지켜내고 새로운 가치를 접목할 수 있는 정치일꾼을 이번 총선에서 뽑아야 한다. 수상한 정치의 계절,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원주에서 우리 각자 봉제사 접빈객을 다시 생각해보자. 근자열 원자래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다함께 고민하여 선출하자.

김주원 강원발전연구원 지역사회실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