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장 많이 회자된 유행어는 '금수저'일 것이다.

유행어들은 입에 쉽게 오르내리고 쉽게 동화된다. 계층 간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의미하는 이 말은 청년실업과 경제구조의 불균형, 세대 간의 소통 부족 등 우리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불변의 사회악으로 정의하는 것 같아서 공감은 하지만 가볍게 여겨지지만은 않는다. 

노후대책까지 포기하면서 자식교육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건 부모들과 스펙을 쌓느라고 청춘을 다 바친 청년들에게 이 금수저라는 표현은 절망과 자괴감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금수저를 물려주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온 99퍼센트의 부모들에게 소외감과 패배감을 준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미래가 금수저 밑에 있는 이등시민의 자리라니, 자본주의적이지도 않고 민주주의적이지도 않다. 계층 간에, 세대 간에 이러한 반목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불편하지만 모두가 공감하게 되는 이 표현은 어떻게 도드라지게 되었을까.  

일인당 개인소득 이만불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평등하고 행복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을 '흙수저'로 표현하는 세대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치와 문화유산은 왜 금이 될 수 없는가 묻고 싶다. 반세기만에 빈민국에서 OECD회원국으로 발전한 나라,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룬 순수한 열정과 정의감들은 시대정신이 될 수 없는 걸까. 

오는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다. 4년 전 19대 총선을 보면 당시 선거인 수 4천18만 명 중에 20대 투표자는 281만 명, 30대는 383만 명으로 40퍼센트 대에 그쳤다. 청년실업의 해결정책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세대는 청년이다.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나의 문제를 타인의 손에 내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진보가 되었던, 보수가 되었던 청년들이 내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1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OECD 평균 1천770시간을 훨씬 웃도는 2천285시간이며 멕시코가 2위, 우리나라가 1위이다. 가장 많이 일하면서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자살의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는 절벽 끝에 내몰린 사람들의 사회안전망이다. 청년들이 일하고 납세자가 되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하는 투자이며, 어르신들에게는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다. 유기적인 공동체에서 개인적 삶이 무너지는 사회가 튼튼한 구조를 가질 수는 없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오래된 질문처럼 삶이 먼저냐 정치가 먼저냐 하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누구는 삶이 바뀌어야 정치가 변한다고 하고 누구는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바뀐다고 말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니는 것이 삶과 정치라고 생각한다. 아주 미세한 각도의 차이가 크게 보았을 때는 엄청난 격차를 나타내듯이 생각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를 만들고 정책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 하는 것이 그 사회를 디자인하게 된다. 선택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침묵은 진입장벽조차 없는 금수저들이 산다고 하는 성을 견고하게 해줄 뿐이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내고 있는 경제민주화, 복지를 가장 잘 실현해 줄 수 있는 정책들을 따져보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내칠 수 있는 선택권은 우리 손에 있다.

이 선택권은 실업으로 고뇌하는 청년들과 절벽 끝에 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나서서 행사 되어야 생명력을 가진다. 이번 총선에서는 세대별 차이 없이 누구나 목소리를 내는 선거이기를 바라며  2016년에는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고 미래지향적인 유행어가 회자되기를 기원한다. 

송미선 전 원주소비자 시민모임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