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삶을 살아가다보면 나보다 더 나은 고수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그의 책 표제를 인생도처유상수로 정하면서 크게 회자됐다. 유 교수는 답사현장에서 만난 고수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면서 감동과 재미를 더해 호평을 받았다. 

눈 씻고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도 고수가 많다. 원주원예농협 하나로클럽에 근무하는 이우용(24) 씨도 고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직업은 농협 보안요원. 물건 반출이나 CCTV 관리, 시설물 관리가 주 업무지만 바쁜 경우 카트정리도 담당해야 한다. 보통 사람은 한번에 7~8대의 카트를 이동하는 것도 힘든데, 그가 허리와 팔에 힘을 주면 수십여대의 카트가 뜻대로 움직인다. 

지난 설 명절 카트 50대를 한 번에 옮기는 모습이 SNS를 통해 소개됐고, SBS 방송국에서 이를 보고 그를 '생활의 달인'으로 인정했다. 이 씨는 "설 명절 전 바쁘다보니 한 번에 카트 수십개씩 옮겼는데 생각보다 정리가 빨라 신기했다"며 "CCTV에 찍힌 제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그걸 보고 'SBS 생활의 달인' 팀이 연락해 방송을 촬영해 갔다"고 말했다. 

방송국 촬영팀은 3박4일 간 원주에 머물며 이 씨가 하는 일을 따라해보고, 여러 가지 미션도 시키며 달인 검증에 나섰다. 입사 석 달밖에 안된 이 씨를 방송국에서 취재한다는 소식에 "달인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라는 동료 반응이 많았지만, 방송 후 "방송 잘 봤다" "대단하다" "말 잘하더라"며 칭찬이 이어졌다. 

고객들도 "저 아저씨가 달인이야" "방송 잘 봤어요"라고 인사말을 건네며 아는 체를 했다. 182㎝의 훤칠한 키에 항상 웃는 모습으로 고객을 대하는 이 씨가 유명해지니 마트 분위기가 평소보다 화기애애 해졌고 이 때문에 이 씨는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뽑힐 수 있었다.

이 씨가 가장 기뻤던 건 한 시청자가 "젊어서 열심히 사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며 "삶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도전의식을 받아 새출발 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올해 있는 농협 정규직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이다. 어머니가 은행에 근무하는데 늘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닮고 싶어 농협 입사를 목표로 정한 것. 모친처럼 온화한 인성과 전문성을 갖춘 금융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또한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도 인생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