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개봉해 누적 관객 747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 순위 13위에 오른 박해일, 류승룡 주연의 영화 '최종병기 활'은 과거 1636년 병자호란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청나라 정예부대 명장 '쥬신타' 역을 분한 배우 류승룡은 유창한 만주어를 구사하며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당시 청나라 만주족으로 출연한 배우들이 소멸위기언어인 만주어를 재연하도록 도움을 준 이들 가운데 최동권(61) 상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있었다.

최 교수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 만주어 팀을 이끌며 영화 더빙을 도왔고, '최종병기 활' 외에도 연극과 드라마 등 만주어를 다룬 몇몇 작품에 도움을 줬다.

만주어는 만주족의 모어이자 과거 청나라 공용어였으나 현재는 만주인 1천만명 중 만주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70명 이하로 추측되며, 대화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라져 가는 만주어를 연구한 학자는 최 교수를 포함해 국내에 10여명에 불과하며, 세계적으로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만주어는 어순과 어법이 한국어와 같은 알타이어로 과거부터 몽골어와 함께 비교 연구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중국의 동북공정 진행 후 역사학자들도 관심을 갖게 돼 최근에는 언어와 함께 역사연구 측면에서 관심 또한 다소 늘었다.

최 교수는 지난 1988년 성균관대에서 만주어 비교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꾸준히 만주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에서 만주어 강의를 맡은 이후 만주어 팀을 구성, 현재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만주어문학총서간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만주족 최초의 역사 기록물이자 청나라를 세울 당시의 기록이 담긴 '구만주당' 완역을 평생 과제로 삼고 있다. 구만주당은 구문자로 적혀있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드물며, 최 교수는 현재 번역작업을 20분의 1가량 진행했다. 이밖에 만주어 사전 및 문법책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최 교수는 "한국어와 뿌리가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만주어는 한국어의 기원을 알아가는데 필수적으로 연구해야 할 언어"라며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가운데 우리가 만주족과 가장 인접했다는 역사를 고려해 봐도 만주어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존재하지 않지만 민족이 살아 있다면 언어는 그 가치를 갖는다"며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 만주어 연구를 우리가 책임 있게 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교수는 알타이계열 학술문화 및 한·중간의 교류를 위해 '몽골의 전통술 마의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상지대 및 몽골 교수들이 협력한 '한·몽학술문화포럼'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