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으로 맞이해야하는 지금, 전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놓고 떠들썩한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3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대해 '잘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0.7%(매우 잘못함 31.5%, 잘못한 편 19.2%)에 달했다. 이는 국민 10명 중 5명은 이 합의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결론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 된 것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폭로하고 자세한 증언을 하는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그 이후 피해자들의 폭로와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오랫동안 군위안부 문제를 전제국가의 범죄로 규정하고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와 배상에 대한 목소리들을 모아가고 있다.

이렇게 위안부 피해자들과 '정대협' 등 국제적인 연대기구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오는 동안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언론은 지속적으로 가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자발적인 성매매'라며 피해를 부정하고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망언들을 쏟아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으며 일부 학자와 정치인들은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사회적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한 물밑 움직임의 결과가 12월 28일의 합의문으로 탄생한 것이다. 

2015년 12월 28일 대한민국 정부는 "10억엔의 치유사업지원기금 지급, 외교장관이 대신 읽은 총리의 사과"를 받은 대가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합의를 해주었다.

그러나 그날 일본에서는 총리의 부인이 야스쿠니신사에서 공식적인 참배 행사를 가졌다. 총리의 사과문을 대독한 일본 외무상은 "일본 정부가 잃은 것은 10억엔뿐… 법적 책임은 이미 1965년 협정으로 모두 끝났다. 다만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이번 협정으로 책임 문제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한국정부와 대통령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는 합의를 이룬 점에 의의를 두면서 "일본 측의 조치가 신속히 합의한 바에 따라서 성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제 한·일 관계 정상화로 막대한 안보,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같은 합의에 대해 우리정부는 공식사과로, 일본정부는 도의적 책임으로 서로의 해석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은 소녀상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12월 28일 합의문 발표 이후 합의를 무효화 하라는 요구와 함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생존 위안부 피해자는 46분 밖에 남지 않았다.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죄에 대한 공식 배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쿄 한복판에 소녀상을 세우고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해도 시원찮을 텐데"라며 "(한국정부도) 무슨 권리로 (소녀상을) 옮기나, 미안하게 생각해야지"라고 지적했다.

앞서 '나눔의 집'은 지난 26일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46명의 의견을 모아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피해할머니들은 먼저 간 238명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굴욕을 2015년에 또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과오를 거울삼아 역사를 바로 세우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2016년 병신년을 우리국민은 치욕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다. 

눈 내리던 지난달 30일 소녀상은 아무 말 없이 눈을 맞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유선 강원여성연대 공동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