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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진영에서 원했던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2월 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은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한 지원법으로써 기본법 제정으로 양극화가 해소되기 보다는 경제의 활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대표적인 반(反)시장적 법으로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은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기금 설치,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등의 생산품 등에 대한 공공부문의 우선구매 비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을 지원해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비판대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을 지원하는 게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하고, 경제 활력을 저하시키고, 반 시장적이고, 많은 부작용을 양산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러한 비판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이념 편향적인 공세이다. 또한, 이 법 제정을 추진하는 야당 역시 사회적 경제가 무엇이고,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기근거가 없는 듯하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민주주의 가치에 기초해서 공적 부문으로부터 독립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그 활동의 목표는 공익 혹은 회원에 대한 이익에 있지 이윤에 있지 않다"고 정의하고 있다.
경제활동의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지 않고, 그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다양한 필요와 염원을 해결하는 데 있다는 것이고, 돈을 얼마나 투자 또는 출자했느냐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 데 차등이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동등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대표가 협동조합이다.
전북 완주에 있는 모 협동조합은 2014년 연간 매출이 70억원을 넘어섰는데, 법인세 차감 후 순이익은 얼마 남기지 못했다. 경영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으나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농민 생산자의 생산품을 가공·유통·판매하는 협동조합인데, 이 협동조합은 법인에서 생산자 조합원의 생산품을 사들일 때 시중보다 비싸게 매입해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했다.
또한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시중보다 싸게 판매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쓰는 식재료는 값싼 중국산을 쓰지 않고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식재료를 사용했다.
협동조합 직원들에게는 급여를 인상했고, 조합원 자녀들에게는 장학금까지 지급했다. 경제활동을 통해 남은 잉여를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해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경제 활동의 결과물을 구성원의 다양한 필요와 염원을 해결하는 데 쓰고, 소비자를 위해 쓰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데 쓰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늘리는 데 쓴 것이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제정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등을 지원했을 때 "오히려 양극화가 해소되기 보다는 경제의 활력이 저하된다"라는 비판을 보란 듯이 넘어서고 있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주민 삶이 나아지며,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까지 보여주고 있다. 각 자치단체가 '일자리 창출, 세수증대' 등을 위해 수많은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다양한 영리기업유치에 신경쓰고 있는데, 이보다 더 다양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돈이 돈을 보는 구조를 갖고 있는 영리기업도 일자리와 세수 증대 등을 이유로 수많은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은데, 이 보다 더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한 활동을 보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회적 경제란 다시 말해 경제활동의 목적이 이 사회와 우리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있다. 양극화가 아닌 누구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지향을 갖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국가 및 지역발전 전략이 한계에 놓인 상황에서 우리의 돌파구를 사회적 경제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 진영에서는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요구 등을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비전과 비전이 완성됐을 때 변화된 우리의 모습, 이를 위한 우리의 실천과제 등을 도출해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김선기 사회적협동조합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 wonjutoday@hanmail.net
"하루 8분만 해도 살 빠진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