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육류교역대학 학생들이 돼지고기 발골작업을 실습하는 모습.

덴마크 육류교역대학은 돼지 도축 및 판매, 가공 등 돼지고기를 다루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폴리텍대학과 비슷하며 교육부 산하의 비영리단체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품질의 돼지고기를 원했고, 돼지고기를 외국으로 수출하면서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해 1964년 설립됐다. 

축산강국인 덴마크에서 돼지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유일한 곳이다보니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덴마크 학생들은 물론 유럽권 학생들은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16∼20세의 청소년 및 청년들이 주를 이룬다.

재학생 400여명 중 남녀 성비는 50:50이다. 여학생 중 졸업 후 일부는 도축일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돼지고기 판매점, 마케팅과 관련된 직장에 취업한다고 한다. 

교육기간은 2년이며 좀더 숙련된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추가로 다닌다. 비 유럽권에서 교육을 원할 경우 수업료를 받으며, 원하는 분야를 배울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별도로 마련한다.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해 전문가를 양성하다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 전에 이미 취업을 확정한다. 또한 재학 중인 학생들은 돼지고기 판매점 등에서 임금을 받고 파견근무를 하며 노하우를 익히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돼지 도축 뿐만아니라 제빵, 요리사 등의 과정도 진행해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앤더슨 크리스텐션(62) 교사는 학생들이 돼지를 직접 도축하고, 분해하고, 가공하는 작업을 옆에서 지도한다. 앤더스 교사는 "돼지와 관련된 숙련자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학생들이 교육 도중 다른 진로를 원할 경우 함께 고민하며 새로운 진로를 찾아나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교육생 니콜라이(20) 씨는 "어릴 때 학교에서 돼지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돼지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졸업이 6개월 남은 상황에서 취업은 이미 결정됐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교육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정기적으로 교육박람회를 열어 입학을 적극 권유하고 있으며, 직업전문학교의 가치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 육류교역대학 학생들이 실습하며 도축한 돼지고기는 대학 내 매장에서 덴마크 국민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중간 유통상인 배제

덴마크의 바일레(Vejle)라는 마을에 있는 튤립푸드컴퍼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육가공 기업이다. 튤립푸드컴퍼니의 육가공 공장은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독일 등 5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베이컨, 수프, 통조림 등 다양한 육류 가공식품이 공장별 특성에 맞춰 카테고리에 따라 만들어진다. 2013∼2014년 유통된 물량은 해외수출이 8만8천톤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이 활발하다. 

현재 튤립푸드컴퍼니에서 만드는 제품은 17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출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철저한 식품안전 시스템이 주효했다. 수의사 시스템을 갖춰 수출하는 나라의 수의사와 덴마크 수의사가 함께 식품안전 시스템을 만든다.

안전성에 적합한 검증기준을 만들고, 검증을 통과해야 수출한다. 이를통해 국가별 또는 시장별로 각기 다른 검정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1984년 진출했다. 햄을 주 원료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파는 음식점과 농심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한국과 유럽연합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한국은 큰 시장이 됐다. 한국 수출물량은 연간 3천톤 규모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소시지 전문브랜드인 STEFF HOT DOG(스테프 핫도그)에서 판매하는 소시지도 튤립푸드컴퍼니에서 공급하고 있다. 스테프 핫도그는 한국에서 매장 수를 늘려 현재 130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튤립푸드컴퍼니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매우 높다. 바일레시에 있는 튤립푸드컴퍼니 공장에서는 직원 297명이 연간 4만2천579톤의 가공품을 만든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인건비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 축산농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데니시 크라운 협동조합 등으로부터 고기가 납품되면 원스톱으로 육가공 처리를 한다. 또한 덴마크 정부에서 파견한 수의사 6∼7명이 위생 문제를 책임지며 안전한 육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 최대규모의 육가공 기업임에도 농가와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농부에게 최대한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남기는 중개업자가 없기 때문에 농부들이 제 값을 받고 고기를 납품할 수 있다.

튤립푸드컴퍼니의 수출 매니저인 헤닝 페이버(Henning Faber) 씨는 "한국은 중간 유통과정에 상인이 개입해 농부에게 많은 이윤이 돌아갈 수 없다"면서 "농부가 제품화 과정에 개입하는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이윤을 챙길 수 있는데, 한국은 농부의 참여의지가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덴마크 축산업이 혁신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회사가 아니라 농부였다"면서 "농부가 강하지 않고 참여의지가 없으면 우리 회사도 없고, 데니시 크라운 협동조합도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