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오르가닉 농장. 10㏊의 광활한 초지에 돼지 700여 마리를 방목해 키운다.

▲ 농장주 라우스 씨가 돼지들을 위해 만든 물웅덩이를 소개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적인 유기농 강국이다. 덴마크 정부는 1980년대부터 유기농 생산을 국가 농업정책에 포함시켜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특히 2009년부터는 유기농 생산을 농산물에서 축산물까지 확대하고, 유기농 가축을 비롯해 유기농 육가공품 생산에 나서 2022년까지 생산과 소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뿐만아니라 덴마크는 유럽에서 유기농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시킨 나라이다. 세계적인 소비성향도 유기농으로 흘러가며 덴마크는 유기농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차로 2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엘민드 마을을 방문했다. 드문드문 농가가 하나씩 자리잡은 광활한 대지를 좌우로 두고 시골길을 달려 한 양돈농가에 도착했다. 유기농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곳이었다. 

농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농장 부지는 73㏊였으며, 이중 사료 재배지가 63㏊였다. 나머지 10㏊의 광활한 초지에서 불과 70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방목형 농장이었다. 덴마크의 전형적인 오르가닉(Organic·유기농) 농장이라고 한다. 이렇게 넓은 농장을 라우스 파르소 라우센(Larus Parso Laursen) 씨 부부 단 둘이 운영하고 있었다. 

축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광활한 초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눈 닿는 곳 모두 푸르른 초원이다. 이곳에서 어미돼지와 새끼들이 무리를 지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늑대나 여우의 습격을 막기위해 철책을 두루긴 했지만 워낙 넓다보니 돼지들의 이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 보였다. 돼지들은 이곳에서 땅을 파고, 풀을 뜯고, 흙탕물에서 뒹군다.

곳곳에 돼지들을 위한 물웅덩이를 설치한 것에서 진정한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농장주의 배려심을 읽을 수 있었다. 국내 축산환경으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국내에서는 어미돼지가 폭 60㎝, 길이 2m 정도의 철제우리에 갇혀 지내는 게 일반적이다. 어미돼지들은 그곳에서 3∼4년간 연간 2회씩 새끼를 낳다가 도태된다. 새끼돼지는 어미돼지의 유방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송곳니를 뽑는다. 게다가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사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덴마크의 친환경 축산환경은 국내와 너무나 달랐다. 

라우스 씨 농장 곳곳에는 어미돼지 한마리와 새끼돼지 10여마리가 함께 쉬고 잠잘 수 있는 소형 축사가 놓여있었다. 칸막이 없는 개방형으로, 후드(Hood)라고 부른다. 후드는 한마디로 자연공간에 놓인 돼지 모유실 겸 주거지이다. 마름모꼴 형태로 제작해 어미돼지가 누워 모유하기가 용이하고, 새끼돼지들의 체온유지를 위해 상층부는 좁아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덴마크의 겨울은 매우 춥기 때문에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축사에서 지내고, 5월부터 초원에 머물게 된다. 

덴마크의 유기농 규정을 준수하려면 어미돼지는 반드시 야외에서 새끼를 낳아야 한다. 새끼돼지는 항체를 높이기 위해 출산 후 7주간 어미돼지로부터 모유를 먹는다. 또한 새끼돼지의 송곳니나 꼬리를 자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육기간 동안 단 1회라도 예방접종을 했다면 항생제에 노출됐으므로 유기농 돼지로 인정받지 못한다. 

21년간 돼지농장을 운영해 온 라우스 씨는 "지난해 유기농 돼지사육을 도입해 동물복지를 위한 친환경 목장과 유기농 사료를 먹여 키우고 있다"면서 "모돈 80마리가 연간 1천500마리의 새끼를 낳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반 돼지를 사육할 때와 비교해 마릿수가 크게 줄며 관리규모도 축소됐지만 투입하는 노동력 대비 소득은 훨씬 높아졌다"고 밝혔다. 

일반 돼지고기는 1㎏당 9크로네를 받는데 비해 친환경 축사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돼지고기는 1㎏에 30크로네(덴마크 화폐, 1크로네=한화 164원)를 받는다고 한다. 유럽에서 유기농 돼지고기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보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현재 덴마크에서 유기농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은 약 60곳으로, 전체 도축되는 돼지고기의 2%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유기농 돼지고기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유기농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많다보니 덴마크 정부는 유기농 축산물 수출을 선점하기 위해 유기농 축산농가를 202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하에 농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유기농 전환을 권유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유기농 농장에 수의사를 파견해 관리하고 있다. 

덴마크 농·축산식품협회
협동조합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사설기관인 덴마크 농·축산식품협회에서도 유기농 농장으로의 전환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유기농 농장 전환을 위한 컨설팅 비용 뿐만 아니라 유기농식품을 국내 및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까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농·축산식품협회(이하 협회)는 덴마크 정부나 유럽을 대상으로 축산업 종사자들에게 유리한 법률 및 규정이 제정되도록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협회는 농부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덴마크 정부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의사결정을 농부들이 하고, 협회 직원들은 농부들에게 고용된 만큼 농부들의 농·축산업이 잘 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부들과 협업체계를 이루고 있는 만큼 종자 개량이나 새로운 사료가 출시됐을 경우 즉각 농가에 적용해 시험할 수 있다.  이상용 기자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