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사시설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애니포크영농조합법인.

지난 10년 사이 원주 축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치악산한우는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사)소비자시민모임이 선정하는 우수축산물 브랜드에 선정됐다.

치악산금돈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우수축산물 브랜드에 선정됐다. 치악산금돈은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돼지를 입식하지 못해 이후 우수축산물 브랜드에서 누락됐을 뿐 사실상 명품 축산물로 높은 평가를받고 있다. 

위상 면에서는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2012년 이후 축산농가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는 등 축산업의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10년 구제역 파동으로 소는 전체의 80%, 돼지는 87%를 살처분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뿐만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가축 질병발생이 연례화 되면서 축산농가들은 연중 위기의식에 젖어있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육류소비도 증가하고 있지만 질병이 발생하면 축산업은 한순간에 도산위기에 내몰리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의 축산업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위생적인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고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 청보리 사료와 조사료를 공급하면서 고품질 한우를 생산하고 있는 청보리한우영농법인.

청보리한우영농법인

 전남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에 위치한 청보리한우영농법인을 운영하는 유경환 대표는 번식우 400마리, 비육우 200마리, 송아지 185마리 등 한우 785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1만2천여㎡에 축사 5동을 지어 사육하고 있으며, 농장 주변으로 14㏊에 초지를 확보하고 있다. 조사료로 청보리를 공급, 사룟값 절감은 물론 1등급 출현율도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품질을 인정받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청담점, 광주점에 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유 대표는 1979년 2월 군복무를 마치고 부모님이 사육하던 간이축사에 마리당 10만원씩 200만원을 투자해 20마리를 구입, 사육하면서 농사일을 겸해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키운 한우는 이듬해 말 모두 출하해 2천8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목돈을 쥐게 되면서 축산업에 재미를 느껴 다시 80마리를 입식했다.

당시 논두렁과 하천에서 자라는 풀을 조사료로 먹이면서 소들이 커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소 가격도 올라 넥타이 메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부럽지 않았다. 

80마리 중 50마리를 1982년 출하해 인천에 땅을 샀고, 집도 장만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해 수입소고기가 들어오며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게다가 서울에 있는 도축업자에게 50마리를 판매했으나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일도 있었지만 한우 사육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고 흙을 일구듯 지금껏 한 우물을 팠다. 

전환점을 맞은 시기는 2003년이었다. 고품질의 한우 생산은 물론 동물 복지를 고려한 친환경 축산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 약 2만㎡의 초지를 구입하고 개폐식 축사 2동을 지어 우량밑소 생산시설을 갖췄다.

초지에 방목하고 자연순환농업(축분액비)을 활용한 청보리사료를 공급하자 번식 분만 간격이 360일에서 340일로 단축됐다. 이로인해 사룟값이 약 30% 절감되는 효과를 거뒀다. 뿐만아니라 송아지 폐사 및 설사, 호흡기증상 등으로 인한 질병발생 빈도가 감소했다.   

유 대표는 2005년 특허청으로부터 청보리한우상표로 7건을 등록했다. 소고기를 비롯해 고기엑기스, 비프스테이크, 육포, 통조림육, 햄버거용 고기 등을 미리 상표등록 했던 것이었다. 유 대표는 "상표등록을 갱신할 때 마다 약 2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청보리한우란 브랜드를 선점한 것으로 인해 막대한 브랜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광군에서도 청보리한우를 특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보리 수매를 중단했지만 영광군에서는 자체사업으로 지금도 보리 수매를 이어가고 있다. 영광군에서 보리 재배농가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한 결과 현재 영광군의 보리 재배면적은 2천130㏊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유 대표는 우수 정액을 이용한 인공수정과 개체관리에 입각한 체계적인 개량을 통해 생산된 송아지에 황토에서 자란 신선한 풀을 공급하고, 자연순환농법으로 재배한 청보리사료를 먹인다.

특히 농장 내에 사료 공급시설을 건립, 발효시킨 양질의 사료를 먹임으로써 배합사료만 먹여 키우는 일반 한우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1등급 출현율도 80% 이상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2007년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을 획득했으며,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연간 7억원의 매출과 1억5천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곳에서 출하하는 한우는 일반육에 비해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육질이 좋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

또한 매년 신세계백화점 우수 고객을 초청, 농장체험 및 시식회를 실시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친환경 축사환경을 갖추다보니 신세계백화점에서 청보리한우영농법인에 위탁사육을 맡겨 추가 소득도 발생하고 있다. 

친환경 방목축산의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지난 2008년 HACCP 컨설팅 대상농가로 선정된 뒤 2009년 2월 HACCP 인증을 획득했으며, 그해 5월에는 농식품부로부터 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소고기 수입과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어려운 처지지만 고품질의 안전한 청보리한우 생산으로 해외 수출을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애니포크영농조합법인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애니포크영농조합법인(대표: 김영용)은 모든 축사시설을 컴퓨터로 컨트롤 한다. 또한 사육하는 돼지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는 동물복지형 농장으로도 손꼽힌다. 

애니포크영농조합법인은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민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산꼭대기에 위치한 농장을 오르다보면 농장 입구에 차단시설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농장에 전화해야만 농장 관계자를 만날 수 있다. 농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농장 입구에 설치한 소독장에서 전신 소독을 하고, 농장에서 제공하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철저하게 소독을 했더라도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컴퓨터 제어실 뿐이다. 컴퓨터 제어실도 소독 절차를 거쳐야만 출입할 수 있다. 일반인의 돈사 출입은 원천 봉쇄해 질병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다 1994년 귀농했다. 귀농한 뒤 6년간 한우를 키우다 구제역으로 돼지 가격이 폭락했던 2000년, 한우보다 자본 회전율이 빠른 돼지로 바꿨다.

돼지 사육을 시작하며 가장 큰 걸림돌은 모든 돼지 사육농가들이 그렇듯 악취였다. 고민 끝에 국내 친환경 축산시설은 물론 덴마크, 미국 등 선진 양돈시설을 찾아다니며 해법을 연구했다. 

2012년 건립을 시작한 현재의 축사환경은 유럽의 동물복지형 농장을 모델로 기본 설계를 했으며,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로인해 농장의 모든 시설은 ICT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축사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CCTV)를 통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축사를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제어도 가능하다. 

축사는 창문이 없는 무창돈사 형태로 지었다. 무창돈사는 돈사 내 온도와 습도 등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돼지가 성장하기 적합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환경제어형 돈사이다.

돼지 성장에 가장 알맞은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임신돈사도 무창돈사로 설계했기 때문에 수태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사료 배합에서부터 급여까지 자동으로 이뤄지고, 돈사 환경변화부터 돼지들이 하루 동안 얼마나 먹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자동으로 기록된다. 각각의 돼지별로 하루 사료 급여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하다. 또한 축적된 연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장 경영분석과 평가도 할 수 있다. 

악취를 저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액상사료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 배합부터 공급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는 액상사료 급이시스템은 돼지 성장속도에 따라 원료 사료와 물을 섞어 액상사료를 만들고 파리프라인을 통해 정해진 양이 공급된다.

돼지는 습성상 죽 상태의 사료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호성이 좋고, 소화흡수율이 개선돼 중체량이 향상되며, 악취도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건식사료에 비해 먼지가 적어 호흡기 질병 예방과 돈사 환경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돼지들이 일렬로 서서 사료를 섭취하는 일자형 급이기도 눈길을 끈다. 대부분 양돈농가에서는 원형 급이기를 놓고 돼지들이 오가면서 사료를 먹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애니포크영농조합법인은 서열 투쟁으로 일부 돼지들이 사료를 섭취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일자형 급이기를 설치했다. 사료가 공급되면 모두 함께 먹기 때문에 개채별 성장 편차를 줄이고, 스트레스도 감소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동물복지형 농장 운영으로 지난해 HACCP 인증을 받았으며, 올 초 친환경축산물 인증 및 지난 10월에는 (사)친환경축산협회로부터 양돈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농협종돈사업소 등에 연간 2천600여 마리를 출하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12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양돈업도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외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