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준(70, 학림지물 대표) 원주연극협회 고문은 원주 연극계의 원로이자 든든한 후원자다. 지역 연극 발전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늘 후배들을 위해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 원주 연극계에서 그보다 선배는 김학철 산야 대표가 유일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라디오를 즐겨들으며 연기자의 길을 동경했다. 특별히 연기수업을 받은 일은 없지만 라디오 드라마를 그대로 연습해 녹음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독학으로 연기를 익혔다. 그렇게 진학한 곳이 중앙대 연극영화과였다.

박인환, 최주봉, 윤문식 등 TV와 연극무대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같은 꿈을 키운 동기들이다. 졸업 후에도 영화 조연출, 방송국 카메라 실습 등을 하며 착실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모친을 홀로 둘 수 없어 귀향했고 36년 전 중앙시장에 지금의 학림지물을 차렸다. 

연극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던 그가 지역 연극계에 발을 들인 것은 대학 후배인 김봉열 원주연극협회장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1996년 극단 우리네땅의 창립멤버로 참여해 20여년 째 든든한 선배이자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어디서 무엇이 될꼬하니' '님의침묵' 등 4~5편의 작품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후배들의 연기를 지켜보며 동선부터 대사, 호흡 등을 챙기고 조언하는 든든한 선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극단 수가 늘고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과거에 비해 분명 원주 연극이 활성화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노 연극인의 바람은 지역 연극계의 화합과 융합이다.

"각 극단들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지역 연극인들이 함께 하려는 모습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김 고문은 "전국연극제를 통해 결집된 역량이 그후 지속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어느새 칠순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그래도 척박한 환경속에서 노력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볼 때면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응원한다. 얼마나 힘든 길을 걷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눈은 그래서 한없이 너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