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원주시시민문화센터 5층 강의실에는 모유지(65, 단구동) 강사의 중국어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수강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어가 유창해 눈치 챌 수 없지만 모 강사는 우리나라 영주권을 가진 중국인이다. 그의 부모님도 중국인이며, 남편과 세 자녀도 원주와 서울에 살고 있지만 모두 중국 국적이다.

독특한 것은 모 강사의 부모님부터 지금 자녀에 이르기까지 모 강사의 가족은 한국에 주로 거주하며 중국과 한국 문화 교류를 몸으로 실천해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거 지인 중 누군가는 그의 활동을 보며 '민간문화대사'라고 표현했다.

모 강사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생활했던 부모님 덕분에 한국 땅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화교학교 교사로 일한 부친을 따라 7살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며 화교학교를 다녔다.

대학 졸업 후 부친의 뒤를 이어 화교학교 교사로 일했고, 원주여고, 상지여고, 원주문화원 등에서 중국어 강사로 활동했다. 시민문화센터 전신인 여성회관 때부터 시작한 시민 강의는 원주에 거주한 40년 중 20년을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중국어 강의는 단순히 언어를 가르쳐 주는 것을 넘어 중국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중국어가 제2외국어로 인기를 끌지 못했던 과거, 다른 지역에 중국어 강의가 폐강되기 일쑤던 때도 모 강사의 강의만큼은 인기가 식지 않았다.

단구동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딸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북경중국어학원'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중국어 학원이다. 지난 1985년 학원을 개원했고, 당시 최초의 중국어 학원으로 중국대사관을 비롯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모았다.

지금 학원에는 모 강사에게 배운 학생의 자녀, 또 손자까지 다니고 있는 집안이 여럿 있어 경영 뿐 아니라 수강생까지 대를 잇는 재밌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또, 모 강사의 남편 역시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중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

모 강사의 또 다른 재능은 서예와 서화. 서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던 부친의 영향으로 서화를 시작했고, 서화를 그리고 적은 화제(畵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연습에 몰두하다 서예에 재능을 키우게 됐다.

지난 1992년 한국미술문화대상전 특선을 시작으로 많은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은 매년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입선했고, 올해 5월 전주 한국소리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동 대회에서 특선에 올랐다.

그간의 작품들을 모아 지난 8월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타이완 국영방송인 '홍관TV' 화교전문매체에 소개돼 국내를 넘어 세계 각국 화교들에게도 모 강사의 소식이 전해졌다.

모 강사는 "한국이 고향처럼 정이 들어 이제는 때때로 중국에 가서도 한국 음식이 그리울 정도로 애정이 있다"면서 "중화문화를 이어간다는 아버지 뜻을 따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한중간 문화교류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모 강사는 한국서예협회, 도여류서예가협회, 일묵회, 원인묵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