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소망주기봉사회와 함께 필리핀 클락에 있는 학교 한 곳과 슬럼지대 한 곳을 방문하여 교육봉사와 물품 나눔 봉사활동을 하였다.

교육봉사 활동은 현지 학생들과 봉사자가 함께 간단한 과학 만들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하였고, 물품 나눔 봉사는 점심, 빵, 학용품, 신발, 옷, 미용 등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었다.

필자가 봉사활동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봉사활동을 통하여 봉사활동의 양지와 음지를 한번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봉사를 통하여 그리고 물품 나눔 봉사를 통하여 봉사 대상자인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또 그들이 잊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고, 우리나라든 해외든 올바른 봉사활동 방향을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 해 보고자 한다. 

필리핀 클락에서의 교육봉사에서 그리고 물품 나눔 봉사에서 그 호응도는 매우 높았다. 그 만큼 생활이 궁핍하고 힘겨웠다고 생각된다. 또 이번 봉사가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욕구(needs)에 부응하고 있음도 실제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는 봉사가 그들에게 준 양지일 것이다. 즉, 원하고 있고 필요로 하는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들은 나눔 봉사활동에 너무나 익숙해 있었다. 앞서 줄을 서야 뭔가를 얻을 수 있고, 받은 물품을 집에 두고 다시 줄을 서면 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 얻음에 대해 충분히 학습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마도 이 점은 봉사가 그들에게 준 음지일 것이다. 받는 것에 대한 타성이 체득되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현재 겪고 있는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를 통하여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촉진제 역할이라거나 당장의 영양주사와도 같은 봉사도 필요할 것이나, 영양주사를 매일 같이 맞는 일은 도리어 해가 될 것이다. 

필자는 봉사에 있어 수혜자의 타성을, 심하게 말하면 거지근성을 우려한다. 물론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봉사대상인 어린 현지 학생들의 눈에서, 또 그들의 보호자 눈에서 자립의 의지는 볼 수 없었다. 오직 보이는 것은 얻고자 하는 의미뿐이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 데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봉사 역시 생산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봉사의 생산성이란 당장의 나눔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는 미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래에는 그들이 봉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서의 봉사를 생각해야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초생활 수급자가 수급자 자격을 유지하게 위하여 수입이 있는 것을 감추려하거나, 수입이 노출되는 직장을 피하려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좀 비약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역시 비생산적인 것이다.

수급자에게 수급급여를 지급하는 이유는 물론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라는 의미도 있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수급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도 함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봉사가 자활의 의지를 심어주기는 커녕, 얻기 위한 근성을 길러준다면, 도리어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봉사를 통하여, 슬럼가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훗날 성인이 되어서도 슬럼 속에서 살고 있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서, 수급자 가정으로 살고 있는 수많은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수급자 가정을 벗어나 살 수 있도록 하는 봉사 방법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까지 비약하게 되었다.

최기창 상지영서대 사회복지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