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각 지역마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지역사회가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역사회 안에 주민의 조직화된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런 조직화된 힘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안에서 자생하는 것이며, 이런 자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역 리더들의 역량의 문제고, 지역리더의 역량은 지속가능한 학습구조에 기반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마을 만들기는 마을삶터를 주민이 스스로 나서서 가꿔가는 일이다. 생활하는 데 불편한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주민의 편의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공용공간이나 시설, 장소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함께 하기'와 '사람만들기'다.

마을만들기는 마을공동체를 이루는 일이다. 생활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활동체계를 만들며, 주민공동체를 이뤄가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이 '함께, 더불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매우 큰 자산을 얻게 되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는 책임감 있고 자격 있는 건강한 마을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개인공간에만 집착하던 개개인들이 공유공간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주민과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것이 결국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력의 실체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교육력 확보가 마을만들기 사업의 관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주민자치센터가 주민교육을 통한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모범적으로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획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

이는 마을만들기를 위해 주민자치센터의 주민교육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추진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녹아들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진정한 주민자치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대해 주민자치위원회의 논의구조와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줘야 한다. 동직원의 기획력과 행정력에 의존함으로써 단기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는 행정의 결과물이지 주민자치의 결과물은 아닌 것이다.

주민자치라는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궁극적인 목표에서는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이 다를 수는 없다. 이전에는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의 영역이 비교적 뚜렷했으나 갈수록 고유영역은 줄어들고 점차 중복되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이 만나는 경계성도 애매해지고 있다. 이 경우 경쟁력이 있는 것만 살아남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공공성'의 확보는 매우 어려운 과제며 '공공성과 상실'이 매우 우려되고 있다. 각 자치단체가 직접 모든 것을 주도해나가기 시작하면 지역주민, 단체들이 설 수 없다.

열악하지만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민간영역과 행정력과 재정을 확보하려는 공공영역은 주민자치라는 동일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음으로써 두 영역의 연대는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두 영역의 대표적인 접점이 주민자치센터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행정력과 주민자치위원회의 주도성이 결합함으로써 진정한 주민자치의 성과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지방분권화가 시작되면서 외형적으로 지방자치의 기틀이 잡혔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중앙집권 정치의 틀을 깨지 못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주민 조직과 사업의 측면에서도 주민자치적 참여는 결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주민자치 역량도 성장해야 한다. 지방자치라는 '위에서 밑으로의 운동'과 주민자치라는 '밑에서 위로의 운동'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 만날 필요가 있다.

김천지 원주시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