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 학부모운영위원회위원장협의회와 학부모연합회는 지난달 28일 교육경비 삭감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고 원주시를 강력히 비판했다.

원주시가 원주교육지원청에서 신청한 교육경비 보조금을 30억원 삭감하자 교육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주시 교육경비 보조금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0일 2016년 교육경비 보조금을 원주교육지원청이 요청한 125억6천900여만원 중 30여억원을 삭감한 94억9천400여만으로 의결했다. 

원주시는 '원주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세수입의 10% 미만의 보조금을 편성·지원해왔는데 2014년과 2015년 각각 시세수입의 10% 수준인 123억원, 13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원주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재정자립도가 낮아지고 있는 데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에 따른 보상, 복지수요 증대 등에 따른 재정부담으로 내년 교육경비를 7%대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원주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교육경비 삭감 조치에 대해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원주교육지원청은 물론 교장단, 학부모들은 원주시가 교육경비를 삭감함에 따라 내년도 교육사업이 차질을 빚어 공교육이 약화되고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지탄하고 있다.

또한 원주시가 구 원주여고 부지 매입을 위해 의도적으로 보조금을 축소시킨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교육지원청·교장단 감정 격화

원주시의 교육경비 삭감 결정이후 원주교육지원청과 학교장들은 강력하게 항의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원주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7일 교육지원청에서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장 87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경비 삭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공동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급회의는 시작부터 격앙됐다. 권정한 원주교육장은 "구 원주여고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쓰일 경비를 줄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처럼 부당한 조치를 가하게 되면 교육활동이 축소될 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교장 선생님들과 교육계가 모두 힘을 합쳐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교육경비 보조금 삭감에 따라 예상되는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원주교육지원청이 원주시에 신청한 14개 교육지원청 지원사업은 30억9천여만원이었으나 원주시는 14억4천여만원만 책정해 절반 이상 삭감됐다.

이 중 농산어촌 방과후학교 운영비와 동지역 방과후학교 운영비로 각각 4억원, 7억원을 요구했으나 원주시는 1억7천100만원, 3억원을 책정했다. 초등영어체험교실 운영비도 4억3천500만원을 요청했는데 1억3천900만원만 책정했다.

자유학기제 운영비도 1억5천만원을 신청했는데 2천900만원만 반영했다. 이 사업들 대부분은 그동안 계속해서 지원을 받았던 사업이어서, 지원이 갑자기 줄면 사교육비 증가는 물론 참여율 저조, 취약계층 수강기회 축소 등 다방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4개 사업에 12억2천여만원을 요구한 시설 및 환경개선 사업은 신림초 다목적체육관 신축 비용 5억원만 책정됐을 뿐 나머지 3개 사업은 모두 미반영 됐다.

원주시 시책사업 중에선 초·중학교 체육지도사 배치 및 운영지원사업으로 6억9천800여만원을 제안했으나 1/4 수준인 1억7천400만원만 책정했다. 이에 대해 원주교육지원청은 체육경기 지도자 28명을 해임하는 결과를 초래해 원주시가 역점적으로 육성하는 종목이 해체되고 지역 체육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문희 강원도의회 교육위원장은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강원교육의 밑거름인 원주교육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원주시의 부당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부터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공동체가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공동 대응

원주교육지원청과 학교장들이 교육경비 삭감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들도 공동대응에 나섰다. 원주시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협의회(위원장: 원종화)와 원주시학부모연합회(회장: 여성춘)는 지난달 28일 원주교육지원청에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협의회와 학부모연합회는 교육경비 보조금 삭감과 관련, 원주시 행정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원창묵 시장이 2010년 민선5기 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지방세 징수액의 10%를 과감히 교육예산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 시장은 자신의 공약사업이었던 종합문화센터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구 원주여고 부지매입비용을 교육경비를 삭감해 마련하겠다고 밝힌바 있다"면서 "그런데 시민들 목소리가 커지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로 인해 재정부담이 커진다면서 교육경비 축소 사유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대응에 통탄할 뿐"이라고 말했다. 

여성춘 원주시학부모연합회장은 "원주시의 교육경비 축소 방침은 원주교육을 가벼이 여기는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학부모들의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원종화 원주시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협의회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가 불가피하고 원주교육 현장은 황폐화될 것이기에 학부모들도 수수방관할 수 없다"며 "원주시가 원주교육을 기만한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시, 재정부담 이유로 삭감

원주 교육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원주시는 여전히 재정부담으로 인해 교육경비를 축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원주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교육경비 보조금 676억8천만원을 지원했으며, 이는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2007년 시세수입의 3%인 29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2009년까지 3%를 유지했으나 2010년 5%, 2011년 7%, 2012년 8%, 2013년 9%, 2014년과 2015년 10%로 매년 보조금을 상향했다. 

그러나 원주시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내년을 기점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대거 해제되는 것에 대한 부담, 복지수요 증대,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재원조달 문제 등에 따라 교육경비 보조금을 10%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구 원주여고 부지 해결을 위해 교육경비를 삭감한 것이 아니라 시 재정 여건이 좋지 못해 이뤄진 결과"라며 "이는 원주시 전체 부서가 공통으로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며, 교육경비 보조금을 관장하는 원주시 자치행정과는 물론 타 부서들 역시 내년 예산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경비를 삭감하게 된 주된 이유는 원주시와 원주교육지원청의 교육경비 매칭 비율이 합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원주시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원주시는 원주교육지원청이 추진하는 사업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돼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원주교육지원청이 제안한 사업 중 원주시의 보조금이 원주교육지원청의 자부담보다도 많은 것들이 발견됐다"며 "관련 조례에 의거해 보조금 매칭 비율이 오히려 원주시가 낮거나 동등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원주교육지원청은 더 많은 보조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농산어촌 방과후학교 운영비의 경우 총사업비는 5억7천200만원인데 원주교육지원청 자부담은 1억7천200만원, 원주시에 요청한 금액은 전체 사업비의 70%에 해당하는 4억원이었다.

이에 원주시는 원주교육지원청과 동등하게 1억7천100만원을 책정했다. 결과적으로 원주시는 원주교육지원청의 자부담이 동반되어야 하는 사업 대부분의 매칭 비율을 기존 비율보다 대폭 낮췄으며, 이 방침으로 인해 전체 교육경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원주시 관계자는 "보조금 부담 수준에 대해선 교육경비 보조금 심의위원회를 통해 검토된 부분이며, 찬성하는 위원들이 많았기에 원안 의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0일 진행된 원주시 교육경비 보조금 심의위원회에서는 위원 9명 가운데 3명이 불참하고 6명이 참여했다. 교육경비 보조금에 대한 표결 결과 찬성 4표, 반대 2표가 나와 원안 의결됐다.

그러나 심의 현장에서도 교육경비 삭감에 대한 이의가 제기돼 이번에 의결한 보조금이 부족할 경우 내년 추가경정예산안에 일부 사업비를 편성하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