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지역사회 발전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상은 정립된 것이 없고 저마다 생각이 다른 게 사실이다. 그 동안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내려져왔다.

1948년 영국 캠프리지에서 개최된 식민지 행정관 회의에서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최대한의 주도적 노력을 통하여 전 지역사회의 생활향상을 도모하는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1956년 스리랑카에서 개최된 ECAFE(아시아 및 극동지역 개발회의)에 제출된 ICA(국제협동조합연맹)의 지역개발 지침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그들의 공통적 또는 개인적 욕구와 문제를 충족,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사회적 과정"이라고 돼 있다.

또한 1958년 1월 24일, 우리나라 국무회의가 채택한 최초의 공식적인 정의는 "일정한 지역 내의 주민이 그들 자신의 좀 더 낳은 생활을 위해 공동 또는 개개인의 난관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 또는 개별적 계획을 수립하여, 그들 자신의 힘으로, 또는 외부(정부와 기타 기구)로부터의 용역이나 물자를 보충 받아 실천·수행하는 사회개선 운동의 과정"이다.〔'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의 지역공동체에 관한 연구'(한성운)에서 인용.〕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지역사회 발전의 개념 안에는 '지역 주민들의 공통의 문제 및 공통의 욕구 해결·충족', '주민 생활 향상'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주민 개개인의 행복이 지역사회 발전의 핵심인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 발전 주체 역시 주민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것은 주민 행복을 위해 주민 스스로 행복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과는 달리 정부 및 기타 기구는 보충적 역할이며,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은 지역사회 발전의 개념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러한 지역사회 발전 개념은 협동조합의 정의와 매우 닮아 있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그들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 결사체"이다. 다시 말해 경제, 사회, 문화적인 필요와 염원, 또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를 해결하고자 사업이라는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발전 내용이 협동조합 주체·목적과 동일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협동조합은 지역사회 발전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이 발달한 외국의 지역 사례가 이를 충분히 증명해 주고 있다. 이탈리아 트렌토라는 도시는 인구 50만의 도농복합도시이며, 550여개의 협동조합이 존재한다.

재정자립도가 100%이며, 이탈리아 다른 지역 평균 GDP보다 30% 정도 높고, 협동조합 내에서는 비자발적 선택에 의한 비정규직이 없다. 이러한 숫자적인 통계 이외에도 삶의 문화 자체가 여유롭고 풍족하며 항상 삶의 중심에 가족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주민이 주민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 온 역사의 결과물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개인과 가족이 행복한 지역사회 발전'을 만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돼 누구나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행복을 꿈꾸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내외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적인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한 사람들의 결사가 아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접근하는 것이다. 외적인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협동조합을 바라보거나, 지역사회 발전의 주체가 아닌 민생차원의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지역사회 발전을 '생활의 향상을 통한 주민 개개인의 행복'이라고 했을 때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주체는 주민이고 또 주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 협동조합 역시 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내부적인 인식이 확산돼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지역사회 발전의 중요한 축이 된다는 인식이 각인돼야 한다.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라는 말 안에는 "주민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야 하고,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있다."라는 말 안에는 "주민이 먹고 살만한 지역이 되고 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주민이 빠진 지역사회 발전이 아닌 '주민'이 들어가 있는 지역사회 발전이 필요하다. 이 길에서 협동조합은 매우 의미 있게 작용할 것이고 이러한 사실과 믿음이 공유됐으면 한다. 

김선기 사회적협동조합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사업&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