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장 2층에서는 매월 1회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걸쳐 미로예술시장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 10일 미로예술시장 공연 모습.

원주투데이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원주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새로운 변화들을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2회에 걸쳐 게재하고 있다. 지난 호(10월 19일자)에서 50여년을 흘러온 중앙시장의 역사와 상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데 이어 이번 호에는 중앙시장 2층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젊은 창업가들의 상점을 소개한다.

청년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중앙시장 2층은 전통시장의 침체기를 어느 곳 보다 혹독하게 맞아야 했다.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밖에서 봐서는 알 길이 없고, 낡고 어두운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은 계속해서 줄었다.

때문에 매출은 감소해도 270여 가게가 꾸준하게 운영돼 온 1층과 달리 2층은 빈 점포가 속출한 상태로 방치됐다. 예닐곱 씩 되는 식당과 찻집, 그리고 '장인정신'으로 일 해온 양복점, 이발관 등 20여 곳 남짓한 가게가 미로 같은 중앙시장 2층 골목사이 드물게 문을 열고 시장을 지켜왔다.

그런 중앙시장 2층에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적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말하며 관심을 가진 데 이어 지난해 8월 말 '카페브러리 청춘'이 중앙시장 다동 2층 계단 앞에 문을 열었다. 카페와 도서관을 접목한 청년문화 공간으로 청춘팩토리(대표: 장영덕)가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고용노동부 지원을 받아 마련했다.

중앙시장 2층이 단순한 시장 기능을 넘어 원주지역 청년들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취지였다. 중앙시장번영회(회장: 곽태길) 역시 '재생'을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해오며 청년 창업을 도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청년창업이 줄을 이어 현재 계약을 마친 30여 곳 중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미로예술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중앙시장 1, 2층 상인들이 참여해 골목 시장을 운영한다.

창업 자금은 부족하지만 열정과 재능을 가진 청년창업가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자신들의 가게를 분위기 있게 연출했다. 또한 기존 상점의 주인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이웃집 또래 상인들과도 왕래하며 시장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또한 이들은 치열한 경쟁보다는 청년들의 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문화창출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청년 창업가들은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와서 놀다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전통시장이 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청년문화공간에 목말라왔던 우리지역 청년들이자 대책 없는 택지 개발로 공동화 현상이 꼬리를 무는 원주 현실에서 가게 한 칸 얻기 힘들었던 사람들이다. 이렇듯 중앙시장 2층의 청년창업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시장으로 들어와 스스로 청년문화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앙시장번영회는 올해 중소기업청 지원사업으로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사업단장: 이선형)과 문화관광형사업(사업단장: 윤보현)을 시작하면서 시장 활성화 사업을 함께 추진할 사업단을 구성했다.

사업단은 청년창업을 비롯해 상인교육 및 지원, 문화·관광을 접목한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지금은 정부지원을 받아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외부 지원 없이 상인들 스스로 자립해 활기찬 시장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때문에 중앙시장의 변화는 상인들의 의지, 그리고 기존의 상인들과 새로 들어온 청년창업가들의 협력에 달려있다. 또한 타 도시와 같이 상인들 스스로 시장과 도심을 다시 살린 뒤 부동산 상승으로 인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대책 마련도 앞으로의 과제다.

한미희 기자

<중앙시장 2층 창업 상점 소개>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