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크지 않아도 돼요. 길거리나 공원, 자그마한 카페가 즐겨 찾는 무대예요.

장소가 어디든 사람들과 음악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요." 뮤직테라피스트(음악치료사) 홍귀숙(48) 씨는 거리 공연을 즐기고, 자신의 재능을 지역주민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음악인이다. 기타와 함께 젬베와 같은 타악기를 들고 거리에서 공연을 펼쳐온 그녀는 본명이 아닌 '엘레강스 홍'이란 이름으로 지역에서 더욱 많이 알려졌다.

홍 씨는 현재 뮤직테라피스트 강사로서 어린이집, 유치원, 주부교실 등을 찾아가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하면서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 음악 봉사도 꾸준히 펼쳐왔다.

5년간 지역아동센터 두 곳을 찾아가 무료로 기타 강습 등 음악교육을 진행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원을 다니기 어려운 학생들을 주말마다 집으로 데려와 지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음악 선생님으로 나서게 됐다. 또한 한·쿠바교류협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명재 동아의료기기 대표와 친분을 쌓고 수년째 '원주퍼커션'이라는 동호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뮤직테라피스트이자 자유로운 음악인으로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상지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홍 씨는 30대에 10여년간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미술이 천직이었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특히 기타를 좋아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어느 날 원주의 대표적인 통기타 동호회인 '여섯줄 사랑'에서 활동 중인 고성만 씨와 인연이 닿아 기타를 배운 것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미술학원을 운영해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음악에 더 많은 흥미를 느껴 학원 문을 닫기로 결심한 것. 홍 씨는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도 자유로운 삶, 새로운 삶을 꿈꿔왔다"며 "음악이 가져다 준 신선함은 직업을 포기할 만큼 강렬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다. 악기 수집에도 관심을 기울여 기타, 우쿨렐레, 벤조, 젬베 등 30~40여점의 악기와 소품을 소장했으며, 올해로 3년째 중앙동 문화의 거리 창작스튜디오 등에서 자신의 소장품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악기를 싣고 어디에서나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뮤직카 전용 승합차를 구입했다. 홍 씨는 "지역 곳곳에서 작은 공연을 펼치고, 아기자기한 음악파티를 열면서 사람들과 음악으로 호흡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속초 출신이며, 결혼과 함께 원주에 정착하게 됐다. 가족은 원주시 건설방재과 하천시설담당으로 재직 중인 남편 김치완(57) 씨와 1남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