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치악예술관에서 개최된 2015 원주시 주민자치위원회 화합한마당 행사에서 명륜2동주민자치센터 '명륜어러리' 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주민자치는 중앙집권적인 행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체계와는 별개로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특정 지역의 사무를 추진한다.

지역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부나 지자체에 제언할 수 있다. 또 주민자치는 읍면동이나 마을 등 단위 사회에서 스스로 조직화하여 주민 간 결속력을 끌어올리고 마을 발전을 도모하는 기능도 가진다. 

그렇다면 원주 주민자치는 어떤 상황인가? 지역주민들은 바람직한 자치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본지는 원주의 주민자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지향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또한 주민자치 대표 조직인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원주의 주민자치와 지방자치

원주시 주민자치는 1995년 이후 지방자치 20년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정부의 광역 행정을 벗어나 지역주민들과 밀착력이 높은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하면서 주민 의견이 지방행정에 반영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고 주민 권리도 향상됐다.

원주 주민자치를 대표하는 조직으로는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있다. 원주시는 지난 2003년 '원주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한 이후 주민자치위원회 거점 공간인 주민자치센터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지난 2011년 원주시가 '원주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를 제정한 것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3기에 걸쳐 지역주민들로 이뤄진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읍면동에는 기관·단체협의회, 발전협의회, 번영회,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위원회 등 자생단체와 지역기구들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주민자치위원회

원주시 주민자치위원회는 25개 읍면동 중 19개 지역에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무실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지난 2002년 처음으로 구성됐으며 이어 반곡관설·학성·단구·명륜2·개운동(2004년), 단계·우산·봉산동·판부·귀래면(2005년), 일산·명륜1동(2006년), 행구동(2007년), 태장1동·부론면(2010년), 문막읍(2011년), 흥업면(2014년), 태장2동(2015년)에 주민자치위원회가 발족했다.

아직까지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곳은 동지역 중 중앙동과 원인동, 면지역 중 호저·신림·소초·지정면 등 4곳이며, 원주시는 남은 지역에도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독려 중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를 거점으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여가·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특정 지역의 경우 문화 및 체육행사를 개최하고 마을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특히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의 경우 사설학원에서 상당한 비용을 내야만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1만~2만원 내외의 비용을 받고 운영해 주민 호응도가 높다. 원주시도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해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에 따라 운영비, 강사 초빙비용 등의 명목으로 연간 2억4천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은 저녁 시간대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3~4년 전에는 주민자치센터 중 절반 이상이 저녁 시간대는 개방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대부분 센터가 읍·면사무소 및 동주민센터에 설치돼 행정 업무가 종료되면 주민자치센터도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은 직장인 참여하기 어려웠고, 대부분 수강생들은 낮 시간대가 여유로운 주부 또는 노년층이었다.  

이처럼 야간 개방 논란이 불거지자 원주시는 물론 각 주민자치센터도 의견을 수렴해 현재는 대부분 센터가 저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원주시는 밝혔다.

원주시 관계자는 "주민자치센터를 저녁 시간에도 개방하지 않는 것에 대해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제는 주민들 요청을 수용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앞으로도 주민자치센터가 지역주민들게 폭넓게 이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 기능에 대해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주민자치센터는 여가·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주민편의 및 복지증진을 도모하고자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지역 발전을 위한 의견을 도출하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현재 주민자치센터는 단순히 프로그램 운영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가 '문화센터'로서의 기능만이 아닌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시민을 대표해 원주시 예산 편성에 관여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원주시는 위원들이 제안한 요구사항을 검토해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운영조례(2011년) 제정 전인 2010년 첫발을 내딛었다. 2년 임기제로 올해 3기째를 맞았으며, 기수별로 40~50명이 활동했다. 위원들은 주민들을 대변해 지역 곳곳에 필요한 사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5년간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반영시킨 예산은 35억5천여만원이다. 그러나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제안한 사업들에 대해서 원주시가 소극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위원들이 제안한 사업이 원주시 예산에 반영되는 건수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원주시에 제안한 사업은 334건. 그러나 원주시가 위원회 사업을 검토해 예산으로 편성한 건 42건으로 12.5%에 그치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0년 32건 중 7건이 반영돼 가장 많은 사업이 추진된 반면 2011년에는 149건 중 8건, 2012년 48건 중 13건, 2013년 58건 중 8건, 2014년 51건 중 6건에 불과했다.

예산 규모도 급감했다. 2010년 첫해 13억5천800만원을 집행했으나 2013년은 5억3천800만원, 지난해의 경우 2억200만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와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 원주시가 추진하는 사업들과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제안한 사업들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일부 사업은 타당성이 떨어져 반영 건수가 다소 적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박한근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장은 "위원회가 주민들로부터 접수한 사업을 원주시에 제출하다 보면 이미 원주시가 추진 중인 사업이거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사업들도 있어 모든 사업이 반영되긴 어려웠던 것 같다"며 "앞으로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내부 검토 과정에서부터 중복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지양하고 꼭 필요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관선 원주시 기획예산과장은 "원주시의 예산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 관련 부서와 깊이 있게 검토하기 때문에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제안한 사업을 모두 추진할 수는 없다"며 "원주시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부적합한 사업이나 중복되는 사업에 대해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왔으며, 진정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